20대의 체력을 이긴 18년 차의 ‘경험 근육’

by 너울

강사 생활 18년 차에 접어들며 제게 찾아온 가장 기분 좋은 변화 중 하나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8시간씩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물리적인 체력은 강의를 처음 시작했던 20대가 훨씬 좋았습니다. 밤을 새워 교안을 만들어도 거뜬했고, 전국 어디든 먼 거리를 이동해도 금세 회복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의 제게는 지금의 제가 가진 결정적인 한 가지가 없었습니다.


바로 ‘실력’입니다.


어떤 분야든 진짜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강의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그것은 단순히 타고난 언변이나 지식의 양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보낸 수천 시간의 긴장과 청중의 눈빛을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비로소 체득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초보 강사 시절, 저는 작은 기회라도 매일 강의장에 설 수 있었다는 사실에 더 깊이 감사했어야 함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때는 그저 일정이 차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을지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그 매일의 시간들이 저를 빚어가는 용광로였습니다.


반복은 단순히 같은 행동의 되풀이가 아니었습니다. 매번 새로운 시각으로 문장을 들여다보게 만들었죠. 똑같은 강의 교안 속에서도 어떤 날은 낯선 이면이 발견되었고, "이 문장은 왜 여기서 시작되었을까?"라는 뿌리에 대한 질문이 생겼습니다. 그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제 강의에 깊이를 더해가는 학습의 시간이었습니다.


단 한 번의 강의로 모든 역량을 평가받고 사라지는 매정한 자리가 아니라, 부족함을 채우며 내일을 다시 기약할 수 있었던 그 소중한 훈련의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그 내공 덕분일까요? 이제는 단 30분의 오프닝만으로도 청중과 깊이 공명하며, 첫 시간이 끝난 뒤 뜨거운 박수를 받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상처럼 찾아오곤 합니다.

강의라고 하면 흔히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화려하게 마이크를 잡는 큰 무대를 꿈꿉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큰 강의장에서 얻는 짜릿한 한 번의 경험보다, 비록 규모는 작고 인원은 적어도 수강생들과 밀도 있게 호흡할 수 있는 ‘강의의 횟수’가 진짜 실력을 만들어준다는 것을요.

적은 수의 청중과 눈을 맞추며 그들의 사소한 떨림에 응답하고, 질문 속에 숨겨진 갈급함을 채워주며 보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저를 지탱하는 굳건한 뿌리가 되었습니다. 20대의 팔팔한 체력이 사라진 자리를, 18년 동안 켜켜이 쌓인 ‘경험의 근육’ 이 든든하게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실력은 결코 시간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제가 견뎌온 그 시간들은 무대 위 저의 말투, 손짓, 그리고 청중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선 속에 그대로 녹아 흐릅니다.


이번 한 주도 숨 가쁘게 달렸습니다. 월요일, 참사랑평생교육원에서 2026년 첫 국비반 강의(16시간)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맡은 커리큘럼이라 낯선 부담감도 있었지만, 18년의 내공을 발휘해 지식에 ‘맛난 맛’을 입혀 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4일 동안 병원동행매니저와 생활지원사 강의로 채웠고, 금요일에는 제 본업의 뿌리인 요양보호사 양성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토요일, 대전취업센터에서 원데이 과정으로 다시 한번 병원동행매니저와 생활지원사 양성 강의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8시간씩 6일, 마지막 강의를 마치며 생각합니다.

20대의 나보다 더 깊고, 더 따뜻하며, 더 유능해진 지금의 내가 참 좋다고 말입니다. 성장의 끝은 화려한 정상이 아니라,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오늘의 나를 마주하는 일임을 오늘도 현장에서 배웁니다.




이전 20화1,000번의 반복이 가르쳐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