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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연 Jul 07. 2024

2024 새벽 강변 국제 마라톤 대회 참가 후기

18km 지점부터는 누군가에게 끌려간 듯한


2022년.

지구력을 기르고 삶에 활력을 더하고싶어

러닝을 시작했다. 저녁 때는 귀찮아서 달리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사람도 없고 차도 적게 다니는 새벽 5-6시 쯤 나가서 달리기를 했다.

적게 할 땐 주2회, 많이 하면 주5회 정도. 몇 주 동안 아예 달리지 않은 적도 많다.

처음엔 한 번에 5분을 뛰는 것도 벅차서 자꾸 멈춰서 쉬어가야만 했다. 그러다가 알게된 것은 ‘처음부터 너무 빨리 뛰면 금방 지친다’ 였다.

명백히 모두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수준에서 나에게 맞는 속도도 잘 모르고 왜인지 달리기니까, 빨리 뛰어야만 할 것 같아서 아마 지금 생각하기에 5-6km 대로 뛰었던 것 같다. 속도를 7-8km대로 늦추고 대신 멈추지 않고 뛸 수 있는 ‘시간’을 늘려갔다.


멈추지 않고 뛸 수 있는 시간이 점차 10분에서 15분, 17분에서 20분, 30분으로 늘어갔다.

그리고 처음으로 40분, 대략 5km 정도를 뛰었을 때 굉장한 성취감이 들었다.


달리는 거리가 늘어갈수록 초반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각을 느꼈다. 힘들기만 하던 감정에서, 분명 힘든데 쾌감이 느껴지는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이 달리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운동을 멀리 해서 안 그래도 근육이 부족한 무릎 관절에 지속적으로 충격이 가해지자

욱신욱신거려서 달리기를 잠시 멈추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무릎 관절에 무리가 덜 가고, 오랜 시간을 달리기 위해서는 속도를 너무 높이기보다는 적당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내 수준에서 말이다. 잘 달리는 사람은 오래 달리면서 동시에 매우 빠르게 달리겠지.


그렇게 작년 12월, 10km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고, ‘더 달릴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떠오른 상태로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2024년.

6월 2일에 ‘새벽강변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이번엔 하프코스 (21.0975km) 에 참여했는데, 긴장이 많이 되었다.

대회 전에 연습삼아 최대로 달린 거리가 17km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꽤 힘들게.


평소에 출근할 때 차를 타고 지나던 거리를 달리자니 기분이 묘했다.

차만 쌩쌩 달리던 거리를 지나, 도보가 나타나서 안심했는데 가파른 언덕이 나타나서 잠깐 멈춰서 걸어갔다.



17km를 달린 후 곧바로 근처 편의점에 달려들어갔다.

그리고 블루레몬에이드를 시켜서 한 입 마셨는데...

진짜 천국 그 자체.



전 날 동생 집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 6시쯤 대회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 타러 이동 중.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에는 세 명의 승객만 탑승하고 있었는데,

나를 포함해서 누가 봐도 ‘오늘 마라톤 나가요’ 옷차림의 사람들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면 저 사람들만 따라가면 되겠다 싶었다.


날씨가 참 좋았다.

그래서 달리다보면 엄청 더울 것 같았다.


월드컵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스트레칭 하는 사람들, 옷을 갈아입는 사람, 화장실에 가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신발 끈을 단단히 쟁여 매고,

평소에 하던 스트레칭을 조금 더 길게 했다.


참가자가 10명이라고 치면,

그 중에 8명은 남자인 것 같았다.


아쉽게도 달리는 도중에 찍은 사진은 없다.

10km 마라톤 때와 달리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찍을 수 없었다.


그래서 글자로만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순간들을 남겨보자면,


먼저, 매우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 앞서서 달려나갔다는 점이다.

애초에 완주가 목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수많은 사람들과 달리다보면,

그리고 그들이 내 곁을 빠르게 우수수수 지나치다 보면 나도 그들을 따라 빠르게 달려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도 그런 감정이 느껴져서 초반부터 ‘아 힘들어’ 하는 감정이 들지 않을 정도로만 속도를 내고자 신경썼다.


다음으로,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상황을 상상해서 연습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첫 10km 마라톤 때, 한강 주변에 오르막길이 거의 없어서, 이번에도 한강 주변을 달리는 코스이니 오르막길이 거의 없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오르막길을 조금이라도 연습해두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오르막길이 꽤 많았다. 연습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시간 전까지 음식물 섭취를 완료해야 하는지, 어떤 스트레칭을 해야 하는지, 중간에 목이 마를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왕이면 많은 상황에 대비해두어야 불안감도 줄어들고 실제로 더 안전하게 달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부분에서 아쉬운 점 한 가지가 있다. 연습 때 21km를 달려본 적이 없어서 18km 지점에서 오른 쪽 옆구리가 엄청나게 욱신거려, 결국 잠시 걸어서 가야했다는 점이다.

연습 때 21km 를 적어도 세 번 이상 달려봤다면 이런 상황의 원인을 파악해서 미리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프코스 같은 경우 2번의 반환지점이 있었다.

내가 아직 반환지점에 도착하지 않았을 때, 반대편에서 반환지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연령대는 다양했으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몸에 군살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었다. 헬스 트레이너의 몸 같은 크고 울퉁불퉁한 몸 보다는 모두 마르고 탄탄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tv에서 본 전형적인 마라토너의 체형.

저 정도 체형이 될 때까지 연습을 해야 상위권에 들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중간에 물로 입 안을 축이면서 마지막 3km 남았을 때쯤엔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로 몸을 어거지로 끌고 가다시피 하면서 완주를 했다.


끝나자마자 주변에 있는 바위에 널부러졌다.

먼저 완주한 사람들은 스트레칭을 하거나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연락하고, 곧바로 간식과 완주 메달을 받은 뒤 기념 사진을 찍으러 갔다.


나이키 러닝 어플로 기록한 결과



그렇게 높은 순위가 아니다.

그래서 하프마라톤에 한 번 더 참가해 볼 예정이다.



사진 찍으려고 선 줄에서 만난 언니와 대화하다가 언니가 준 에너지젤과 포도당.

다음 마라톤 때는 나도 이런 거 준비해와야지.

언니도 혼자 뛰러와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끝나고 정말 개운하게 샤워를 했다.

그리고 곧장 을지로 ‘향촌식당’으로 가서 삼겹살 2인분을 주문했다.

혼자서 삼겹살 2인분과 맥주를 다 먹었는데 최근에 먹은 삼겹살 중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18km 지점에서 잠시 걸었던 점,

그리고 여유있게 통과하기보다는 매우 지친 상태로 결승선을 통과한 점.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올 겨울 혹은 내년 상반기에 하프 마라톤에 다시 참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 하반기에 풀코스에 참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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