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삶, 장기기증 신청을 하다

작은 선택이 만든 큰 울림

by 천강

딸아이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지난주 우리는 함께 장기기증을 신청했다. 40대 중반을 넘어선 나는 한동안 이 결정을 망설였지만, 딸아이의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었다. "엄마,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누군가에게 삶을 줄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딸아이는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자연스러운 아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동네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던 아이, 입학할 때 산 가방을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소중히 사용했던 아이, 그리고 초등학교 때 사용했던 실내화 주머니를 중학교 3년 내내 사용했던 아이. 사소한 것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컸고, 무엇이든 쉽게 버리지 않았다.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 문 앞에 작은 비닐봉지가 놓여 있었다. 안에는 캔, 종이, 비닐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이게 뭐야?"라고 묻자, 딸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쓰레기야!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보이길래 주웠어." 순간 당황했지만, 그 순수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이제 엄마가 분리수거 도와줄게."

그렇게 딸아이와 함께 작은 것들도 소중하게 여기는 일상을 살아왔다. 낡은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고 아껴 쓰는 습관,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딸아이는 어릴 때부터 그것을 몸으로 실천해왔다.

스무 살이 되던 어느 날, 딸아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엄마, 나 장기기증 신청하고 싶어."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장기기증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딸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언제나 필요한 곳에 내가 가진 걸 나누는 게 좋았어. 내 생명이 끝난 뒤에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너무 멋진 일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함께 온라인으로 장기기증 신청을 했다. 신청서를 작성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지만, 딸아이의 확신에 찬 눈빛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나니 생각보다 마음이 후련했다. 우리 모녀가 함께 선택했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엄마, 우리 잘한 거 맞지?" 딸아이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물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그럼, 아주 잘했어. 너와 함께해서 더 좋았어."

그날 이후로도 우리 모녀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물건을 끝까지 아껴 쓰고, 나눌 수 있는 것들을 나누며 살아간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더 넓은 의미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우리의 작은 나눔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질 거라는 사실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딸아이를 보며 배운다.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함께 나누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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