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과 기미상궁 그 사이
비가 내리고 나면 한 번씩 개미들이 집안으로 몰려든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일 년 동안 숙련된 개미사냥꾼이 있다. 바로 남편이다. 중산간에 위치한 우리 집은 주변에 나무와 풀이 많아 그만큼 곤충들도 많다. 아파트에만 살았던 우리는 그렇게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남편은 개미가 보이면 개미가 다니는 길을 보고 그 길목에 개미약을 뿌린다. 개미들을 유인하기에 좋은, 개미들이 맛있어하는 맛이지만 그 안에는 독약이 들어있다고 한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원래 개미들은 맛있는 먹이를 구해다가 여왕개미에게 바치는 것이 개미나라의 규칙이라고 들었는데 개미약 주변에 개미들의 사체가 까맣게 있는 걸 보면 개미들도 인간 사는 것과 비슷하구나 싶다. 여왕님께 바치기 전에 먼저 맛을 보고 그 자리에서 죽은 것이다. 이 역적들. 아니면 기미상궁들인가. 그렇다고 하기엔 동료의 시체를 보고 자신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똑같이 하다가 죽는다.
개미들을 보며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 또한 역적이나 기미상궁, 나는 다른 개미들과 다를 것이라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아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