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 Oct 19. 2024

흐리지만 괜찮아

지난주보다는 많은 것이 정리된 듯한 일상

토요일이다. 아침 9시부터 마트에서 일주일치 식량을 샀다. 오늘도 오후시간 내내 나와있어야 해서 점심과 저녁을 남편이 해야 하는데 냉장고가 텅텅 비어있는 상태였기에 빠르게 장을 봤다. 남편은 평소에 요리를 잘해준다. 인스턴트보다는 직접 카레를 만들거나 토마토스파게티, 토르티야 피자, 닭고기야채토마토스튜를 즐겨 만들어준다.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정갈한 것이 남편을 닮았다. 다른 건 몰라도 요리를 할 줄 아는 남편은 내가 아이를 맡기고 마음 편하게 외출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아이가 좋아하는 건담 그림과 설명서를 모아두는 파일이 있는데 그 파일이 꽉 찬 지 오래됐는데 새 파일을 사주겠다고 말한 지 일주일이나 지난 오늘에서야 마트 옆 다이소에서 살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도서관에 들려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연재에 필요한 그림책들을 빌렸다. 집에 오니 11시였다. 아이가 오니기리를 만든다며 부엌에서 부산을 떨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정신없던 나를 웃음 짓게 했다.


사실 지난주 일본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월요일에 팀 프로젝트로 만든 감정수업을 진행하면서 정신이 없었다. 수업은 끝났지만 다음 주와 다다음주에도 수업이 예정되어 있어서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무슨 일을 하냐고 묻는다면 장황하게 설명할 것들은 아닌데 바쁘긴 무지하게 바쁘다. 아마도 마음이 바쁜 거지 않을까 싶다. 안 하던 일을 시작하는 설렘과 처음이다 보니 서툴러서 그런 것도 같다. 그래도 일을 할 땐 참 행복하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힘이 난다. 비록 지금은 미미하고 소소할지라도 계속해서 해나가다 보면 우리의 무대가 점점 더 커져갈 거라는 상상도 해본다. 무대의 크기보다 일을 통해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갈지가 가장 기대가 된다. 오늘도 그 방향으로 한 걸음을 뗀다. 곧 그림책 수업이 시작한다.


오늘은 어떤 선생님과 어떤 그림책을 보게 될지 기대된다. 오늘도 파이팅.


이미지 출처: 수업 전 당충전을 위해 마신 달고나 크림라테

 

이전 25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