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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Nov 14. 2024

감사노트#2

할망보러감서

# 감사한 / 일

월요일에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어제 비행기를 타고 당일치기로 할머니를 보고 왔다. 할머니를 보러 갔을 때 다행히 의식이 있으신 상태여서 할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 감사한 / 말

할머니에게 "키워줘서 고맙고 할머니 많이 사랑해. 우리 다시 만날 때 나 꼭 안아줘야 돼, 알았지?"라고 하는 나의 말에 겨우 힘을 내서 "아라떵"이라고 대답하는 할머니를 보고 눈물이 펑펑 났지만 마지막 인사를 전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알겠다는 할머니의 말이 참으로 감사하다.


# 감사한 / 사람

어린 시절 나의 엄마는 할머니였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시한부 판정에 정신없이 아빠의 병간호를 하는 엄마를 대신해 나를 키워줬다. 할머니 자신도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여유롭고 다정한 할머니는 아니었다. 거칠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할머니였고 누구보다 나를 챙겨주는 부드러운 손길에서 나는 할머니 사랑덕에 자랄 수 있었다. 내가 울면 안아주기보다는 혼내는 할머니였다. 우는 내 모습을 보면 항상 큰 소리를 치며 혼냈던 건 할머니의 마음이 아파서였다는 걸 서른여섯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항상 엄마 옆에 있는 건 늘 할머니였기에, 엄마가 의지하던 사람이 할머니였기에, 할머니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속 뿌리가 와장창 흔들린다.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손자, 손녀들을 위해 희생과 헌신만 하시다 이제는 하늘나라로 떠날 준비를 하고 계시다는 게 참 속상하고 죄송하다. 그리고 할머니가 내 할머니여서 좋았고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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