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좋아해 Sep 13. 2023

새로 고침

<학교 로그인> 문현식

<학교 로그인>

- 문현식


어쩌면 우린

날마다 새로 고침을 하나 봐요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6년 내내 하기는 힘든데 말이죠


우린 아무렇지 않게

오늘도 처음처럼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

학교로 로그인하고 있잖아요


아무튼 걱정 마세요

우린 다 잘하고 있어요



+ 시始 시詩 한 이야기

  여름방학을 지나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학교는 창호 공사를 하는 바람에 여름방학이 일주일 정도 더 길었습니다. 평소와 다른 호흡으로 방학을 보내서였을까요. 잠시 다른 세계에서 살다 돌아온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2학기 개학식을 준비하기 위해 교실에 들렀습니다. 학교는 정말 난장판이었어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공사 현장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설탕 가루 같은 먼지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죠. 인터넷도 안되고 전화도 안되고 에어컨도 안 나오는 교실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습니다.


  늘어진 용수철처럼 널브러진 전선들을 한 군데로 모아 새로 고쳤고 쌓인 먼지를 손걸레로 닦아내며 교실을 새로 고쳤습니다. 인터넷이나 전화, 에어컨은 기사님께서 새로 고쳐주셨지요. 그러고 보니 '새로 고침'은 새것이 헌 것을 대체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네요. 개선하고 보수하며 나아가는 과정이 새로 고침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새로 고침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나는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지식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새로 고침 할 때마다 피구공 속도가 달라진다.]

  반복되는 일상을 허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우린 다 잘하고 있고, 우린 다 자라고 있으니까요.

  때로는 과부하가 걸려 잠시 멈춰 설 때도 있을 테지만, 학교는 여전히 새로 고침 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이 뭐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