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이동과 노벨상

by 찾다가 죽다

뉴스를 보니 올해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 역학에 관한 연구로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오스트리아 3국의 과학자가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양자의 원격 이동이 가능한 얽힘 현상을 입증한 공로다.

잘은 모르겠지만 양자의 속성상 아주 먼 거리에 떨어진 상태에서도 순간 이동이 가능할 만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론들이 기술적으로 구현되면 앞으로 컴퓨터의 정보 전달은 손오공이나 홍길동이 신출귀몰하듯 동시에 이루어질 듯싶다.

컴퓨터를 켜 놓고 깜박거리는 커서를 바라보며 부팅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 데, 지금의 5G 속도로도 충분한 데 세상에 더 빨라진 다니. 그때까지 살 수 있으려나?


그러나 정작 이 보도에서 내 관심을 끈 건 연구에 참여한 3인의 나이다.

존 에프 클라우저(80, 미국), 알랭 아스페(75, 프랑스), 안톤 차일링거(77, 오스트리아) 이들 세 사람의 평균 나이는 78살이다.

386이니 사오정이니 하는 세상에서 교수 정년 65세는 무지하게 장수한 셈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열세 살이 더 한 나이에 이런 연구 업적을 내다니…


이제껏 은퇴를 기준으로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며 연장전이라는 타이틀로 글을 써 왔다. 그 이면에는 본 게임에서의 삶과는 다른 즉, 사회에서의 전문이나 전공 분야와는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게 은퇴 후의 인생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해서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고 텃밭을 가꾸며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반성이 인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생각이 이쯤에 이르니 맘속 깊숙이 묻어 두었던 의욕이 솟는다. 예

전엔 교수가 정년 퇴임하면 흔히 퇴임 논문집이라고 해서 평생의 연구 업적을 종합, 정리하는 책을 내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풍습이 사라졌다.

나 역시 생각은 있었지만 슬그머니 접어 둔 채 은퇴를 했다. 하지만 가슴 한편엔 늘 뭔가 미진함이 남았다. 연구의 마무리를 짓지 못한 아쉬움이다.


내 전공은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다.

전통적인 선형적이고 일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쌍방향을 넘어 네트워크로 무한 확장하는 시대에 기존의 이론은 무기력하다. 해서 현업에 있는 동안 복잡계 광고나 복잡계 PR 혹은 공진화하는 IMC 등의 책을 통해 나름 그 대안을 모색해 왔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타 전공자들에게는 흥미 없는 이야기일 수 있으나 평생 ‘통합’이라는 화두에 천착해 온 나로서는 ‘통합은 온전함을 지향한다(Integrity is the etymology of integration)’는 명제를 포기할 수 없다.

지금은 비록 선진국의 진입 장벽 앞에서 이념과 세대와 소득과 성별 등등의 갈등을 겪지만 이 것들은 궁극의 융합 곧 온전함을 목전에 둔 여명의 어두움이다.

회고록은 녹슨 기억을 닦아낼 겸 활자보다는 영상을 통해 제작해 볼 참이다.

이 아침, 양자물리학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선배들이 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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