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김이 곧 드러냄

작은 쓰담 16. 숨김 속에서 빛을 발견하기

by 차미레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온기,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
그것이 숨김의 힘이고,
우리 삶이 품은 또 하나의 표현이다.


글은 ‘드러내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때로는, 드러냄보다 숨김이 더 큰 울림을 만든다.


직설의 문장보다 여백이,

정답보다 질문이,

선명함보다 모호함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림에서 달을 직접 그리지 않고

대신 그 주변의 어둠을 짙게 칠하는 순간,

달빛은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낸다.

이것이 바로 홍운탁월(烘雲托月) —

‘구름을 그슬려 달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무엇을 그릴지가 아니라,

어떻게 그릴지가 더 중요하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말하려 들지 않고,

조금은 감추고, 비워두고, 기다릴 것.


그 여백 속에서

독자는 스스로의 달을 본다.

작가가 비워둔 그 틈에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채워 넣으며

비로소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글을 덮고 나면,

문장이 삶의 장면으로 번져들 때가 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굳이 말로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그 속에 비로소 진심이 머문다.


가끔은 침묵이 말보다 따뜻하고,

모호함이 확신보다 넉넉하다.

조급히 드러내려 할수록,

오히려 마음은 멀어지고 만다.


그래서 나는 요즘,

글을 쓰듯 사람을 대하려고 한다.

조금은 거리를 두고,

조금은 비워둔 채,

상대가 스스로 다가올 수 있는 여백을 남기는 일.


달을 직접 그리지 않아도

달은 분명 그 자리에 있다.

삶의 빛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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