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어떻게 세계를 확장하는가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이 교실에 남긴 질문들

by 차미레
호기심은 늘 질문에서 시작된다.
정답보다 질문이 먼저였던 순간들,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은 교실에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유발 하라리는 말했다.

사피엔스가 가진 상상력이 지금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생명을 이해하려는 탐구는 지구를 향한 질문이자, 동시에 우주를 향한 질문이라고.

외계 생명을 찾는 일은 결국 인간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가장 오래된 질문,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에 답하려는 여정이라고.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을 읽으며, 나는 이 문장들이 계속 교실로 돌아왔다.

과학자의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학생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호기심과 도전정신 같은 자발적 동기만으로 끝까지 질문을 붙드는 사람들.

세상을 바꾼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특징이다.


사피엔스는 환경에 순응하지 않았다.

지구를 이해하려 했고, 결국 우주로 호기심을 건넸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너무 불편하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리고 이어지는 한 문장.

“내가 한번 판을 바꿔보겠어.”


정재승이 말하는 ‘오리지널스’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들은 늘 시대와의 불화를 경험한다.

그 불화는 때로는 정치적 갈등이 되고,

때로는 비즈니스의 아이디어가 되며,

또 어떤 순간에는 사회적 혁신으로 모습을 바꾼다.


물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확률은 극히 낮다.

많이 시도하는 사람이 좋은 결과를 낼 확률도 높아진다고.

양은 질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이 주장에는 반론도 있다.

무작정 많이 시도한다고 해서 모두가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하나 더 등장한다.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특징.

바로 집단지성이다.


똑똑한 사람들의 가장 강력한 능력은

혼자 생각하는 힘이 아니라,

다른 똑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는 능력이다.


그들은 함께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답을 나누며,

아이디어에 힌트를 더해주고,

기대하지 않았던 지식을 우연히 배우는 과정을 반복한다.


성취를 이룬 사람들,

혹은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창조적 교류를 이어갈 때

집단지성은 자라나고,

그 속에서 위대한 혁신이 탄생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다시 교실을 떠올린다.

학생들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교실,

정답보다 생각의 경로가 존중받는 교실,

혼자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질문하며 자라는 교실.


『열두 발자국』은 과학자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교사인 나에게는 분명한 질문으로 남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빠르게 답을 주고 있었을까.

얼마나 자주 “그건 나중에”, “시간이 없어”라며

질문을 접어두게 했을까.


교실은 언제부턴가

틀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 되었고,

호기심은 정답 앞에서 조용히 줄을 섰다.

하지만 정재승이 말하는 혁신은

늘 불편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교실 역시 마찬가지다.


교사의 역할은

아이들을 대신해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이 끝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속도를 늦춰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교실에서 나는 선택한다.

정답을 하나 더 알려줄 것인가,

아니면 질문 하나를 더 남겨둘 것인가.


아이들이 서로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혼자보다 함께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배우는 순간을 위해서.


『열두 발자국』을 덮으며,

나는 다시 교실로 돌아온다.

아이들과 함께,

쉽지 않지만 꼭 필요한

그 한 발자국을 내딛기 위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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