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교장실로 달려갑니다 Episode 4.
하영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책상 위에 겹겹이 쌓인 문서 더미 속, 맨 위에 놓인 ‘업무 분장표’라는 글자가 숨통을 조였다.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무심코 덮어 두었던 파일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하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손끝은 떨렸고, 눈빛은 단단했다.
처음 연구부장 제안을 받았을 때, 교감은 무릎까지 꿇으며 삼고초려를 했다.
그러나 하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땐 몰랐다. 그 간청이 결국 덫이 될 줄은.
그녀의 ‘거절’은 어느 순간 ‘동의’로 둔갑해 있었다.
세 번의 설득 끝에 떠안은 자리, 그때부터 하영은 서서히 무너져 갔다.
쏟아지는 업무와 교내의 압박, 그리고 냉랭해진 관계들.
하영은 점점 말라갔다.
3년이 지나, 교감은 다시 제안을 던졌다.
이번엔 ‘학년부장’.
“연구부장은 그만두고, 이제 학년부장으로?”
하영은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그 말의 끝에는, 연구부장 업무도 그대로 그녀의 몫으로 남겨져 있었다.
질식할 듯한 감정이 밀려왔다.
두 개의 부장 업무.
책임만 가득한 자리.
하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아니잖아…. 이건 정말 너무하잖아.”
전근을 결심했다.
그러나 현실은 매몰찼다.
가고 싶던 학교에는 자리가 없었다.
결국, 남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부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연구부장을 맡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교장과 2교감까지 나서서 회유했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네가 맡아야 하지 않겠어?”
그 말에, 하영은 다시 한숨을 삼켰다.
결국, 또다시 쳇바퀴는 돌았다.
그리고 이번엔 더 심각했다.
학급 수가 줄면서, 4명의 몫을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미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고 있던 하영에게 벼락처럼 더해진 일들.
1교감은 냉정했다.
기존의 업무에 3명 분량의 추가 업무, 거기에 수업 시수 증가까지.
업무 분장표가 손에 들려졌을 때, 하영은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한다. 지금 하영은, 바로 그 경계에 서 있었다.
“이건 받아들일 수 없어.”
하영은 더는 피하지 않기로 했다.
고민 끝에, 2교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상황 알고 계시죠? 내일 회의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관리자들이 제 실적 덕분에 성과금 받았다는 거, 다 공개할 거예요. 더는 못 참아요.”
그날 밤, 하영은 전쟁을 준비하듯 조용히 자료를 정리했다.
묵묵히, 그러나 단단하게.
해온 수많은 업무들,
관리자 이름 뒤에 숨겨진 그늘진 노력들.
회의가 시작되자, 회의실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의 기침조차 허용되지 않는 공기.
모든 시선이 하영에게 쏠렸다.
준비한 자료를 꺼냈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차갑고 또렷했다.
누군가는 눈을 피했고, 누군가는 메모지 위에 시선을 고정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누군가는 말해야 했습니다. 진실을.
그 대가가 내 몫이라 해도,
저는 감당하겠습니다.”
하영은 억눌러왔던 분노와 실망을 담아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여기 있는 업무 대부분, 제가 혼자 감당했습니다.
관리자들의 요구와 압박 속에서요.
그런데 인정은커녕, 책임만 전가됐습니다.”
말이 떨어질 때마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숨기지 않았다.
분노는 더 이상 눌리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반격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하영만이 홀로 남았다.
이건 시작일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건, 하영은 더 이상 호구가 아니었다.
이제, 스스로를 지키기로 결심한 교사였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감춰진 착취,
그 가면을 끝내 드러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