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을 찾습니다

[에세이] <그런 책은 없는데요...> - 젠 캠벨

by 지하

나는 경기 남부의 한 신도시 개발구역에서 살고 있다. 약 20년 간 이곳에서 자랐기 때문에 나에게는 고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익숙한 동네이다. 꽤나 공격적인 시의 신도시 건축 계획은 허허벌판이었던 공터를 아파트 단지로 만들었고, 덕분에 영화관이나 대형 마트 등 옛 동네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공간들이 생겨났다. 최근 들어선 백화점을 끝으로 더 이상 우리 동네엔 없는 것이 없다. 딱 하나, 동네서점을 제외하곤.


그렇다. 모든 인프라가 깔려있는 우리 동네에 서점은 없다. 물론 30분 정도 걸어가면 대형 마트 2층에 중고 서점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대형 서점이 입점한 형태다. 내가 기억하는 동네서점(독자적으로 매대를 꾸미고, 외부로부터 간섭의 영향이 덜 한 곳)은 이제 우리 동네에서 찾아볼 수 없다. 아마 대부분의 도시에서도 동네서점을 쉽게 찾긴 어려울 것이다.


"도서 정가제 시행" , "온라인 서점의 활성화" 등 동네 서점이 없어진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현대인이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영상매체의 발달과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책으로부터 멀어졌다. 굳이 힘을 들여 책을 고르고, 종이를 펼치고, 눈을 굴리고, 손을 움직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한 손에 쏙 잡히는 스마트폰에 그냥 검색하기만 하면 수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데 뭐 하러 바보같이 책을 읽겠는가. 신문배달부의 일감이 줄어든 것도,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것도 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 세상에 살기 때문이다.


점점 우리의 주변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서점이지만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존재한다. 젠 캠벨이 쓴 에세이 <그런 책은 없는데요...>는 서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다. 에세이라고 하기도 뭐 할게 책의 내용은 대부분 손님과 직원의 짧은 대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예를 들자면


손님 : 아이팟 충전기 파나요?

직원 : ...아뇨.

손님 : 왜죠? 왜요?

직원 : ...


같은 내용이다. 책 속의 내용이 평소에 서점에 가지 않는 현대인들을 풍자하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신박하다.


우리나라에선 대형서점에서 충전기나 다이어리 등의 잡화류를 파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해당 내용이 이상하게 들리지만은 않다. 그러나 서점의 본질적인 역할은 책을 파는 것. 편의를 위해 책과 관련된 물건을 함께 배치하는 것은 분명 좋은 판매전략이지만, 왠지 가수 앨범이나, 굿즈만을 위해 서점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난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게다가 최근에 생긴 독립서점이나 동네서점은 인테리어가 예쁘지 않으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기껏 소비자의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꾸며도 책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사진 찍기에 목적을 둔 방문객이 많아 서점 주인의 고민이 줄어들리 있나.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서점은 책 판매의 기능을 잃고 있으니, 경쟁력 없는 동네서점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우리는 이를 덤덤하게만 받아들여야 할까.



어렸을 적 매주 방문한 동네 서점의 냄새가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는다. 또 왔냐며 무심히 나를 반겨주던 흰머리 할아버지의 미소도 잊을 수 없다. 동네서점이 내게 준 그 따듯한 감정이 너무나도 그리워 가끔 타 지역에 갈 때면 인터넷으로 동네서점을 검색하곤 한다. 세월의 흐름에도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네서점을 발견할 때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렵다. "아직 나의 추억이 미세하게 꿈틀거리듯 너 역시도 작은 숨을 내쉬고 있구나." 언젠가는 기억 속으로 묻히게 될 수도 있는 작은 서점이지만, 동네 사람들이 느낀 감정은 영원히 간직되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동네서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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