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로는 조곤조곤 때로는 우당탕탕 다가온 말들에 대한 응답이다
철저한 계획에 따른 여행보다 무심코 발길이 닿은 곳에 더 멋진 풍경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어쩌다 우연히 무심코 찾아오는 일들이 기필코 반드시 계획한 일들보다 부족하다거나 실망스러울 이유는 없다. 내게 요가도 그러했다. 어쩌다 우연히 무심코 찾아와 뜻하지 않은 풍경을 선사했다. 이런 고백은 요가 수련자에 길에 접어들고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을 얻게 된 이들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무튼 요가』의 저자 <박상아>는 일본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살다 뉴욕으로 건너갔다. 그녀는 그동안의 경험과 준비를 바탕으로 당연히 뉴욕에서도 디자이너로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뉴욕에서 그녀는 비싼 물가를 견디고 언어의 벽에서 부딪히며 ‘시간만 많고 돈은 없다’는 푸념을 친구에게 건넸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는 단 5불이면 요가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며 그녀를 데리고 갔다. 우연히 어쩌다 무심코 발을 들여놓은 그곳에서 삶은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그녀는 이제 뉴욕에서 디자이너가 아니라 요기니(요가 여자 강사)로 뉴욕, 일본, 태국, 한국을 오가며 일반인과 요가 강사를 위한 요가 교육을 하며 산다.
그렇다고 내가 국어 교사의 삶을 접고 요가 강사로 직업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고백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적절한 지방과 보잘 것 없는 근육을 가진 매우 흔한(?) 40대 중반의 몸을 가진 여성이다. 단언컨대 나는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을 얻지 못할 것이며 수련자의 길이라고 하기엔 1시간의 시퀀스도 겨우겨우 따라가는 요가 초보자를 벗어나기도 쉽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요가에 관한 글을 쓰고자 마음을 먹은 이유는 머릿속의 복잡한 문제들이 내는 소음에서 한 걸음 멀어질 수 있다는 점, 다른 운동이나 취미에 비해 준비할 것이 별로 없다는 점,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 등등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요가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힘을 주고 빼어야 할 때를 구분하고 꾸준하게 반복과 실패를 거듭해야 한다는 점 역시 숨을 들이 마시고 내 쉬는 요가의 시간 동안 나의 책 읽기와 글쓰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매트 위에 몸을 올리고 아사나를 반복하며 손끝으로 책장을 넘기고 자판을 두드리는 일을 생각했다. 그 생각의 끝에 떠오르는 책들과 말들이 두 손을 모아 인사를 건넬 때, 어쩌다 가슴이 배에 닿을 때,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주지 않을 때, 거울에 비친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있을 때 등등 요가가 건네는 말들과 함께 어울려 내게 왔다.
이 글은 때로는 조곤조곤 때로는 우당탕탕 다가온 말들에 대한 응답이다. 물론 얼마나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요가 선생님들의 반복적인 명언 중 하나인 “할 수 있는 곳에서 멈추세요.”에 맞게 할 수 있을 때까지 해 볼 작정이다. 할 수 있는 곳에서 멈추지만 반복하다 보면 다시 조금 더 먼 곳까지 팔을 뻗고 몸을 비틀 수 있게 되듯 글을 읽고 쓰는 일 또한 그렇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