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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Feb 03. 2023

그분이 돌아온다

우리집의 B사감

01

"아!!! 큰 일 났다!"

"저거 언제 다 치우냐. 내일 일~~찍 일어나야겠다."


아이도 나를 보고 맞아 맞아하는 표정.

드. 디. 어.

그분이 돌아온다.

우리집의 B사감, 안소장님.


02

오고리에서 돌아오고 이틀 후

남편은 이집트 답사를 떠났다.


"엄마, 아빠는 사장이잖아. 그렇게 가도 돼?"

(아빠 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

"그래서 가는 거야, 아빠가 사장이라서. 더 많이/ 더 넓게/ 더 새롭게 봐야 하는데... 사장은 그럴 시간이 진짜 없거든. 그러니까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자꾸 보고, 자꾸 눈으로 먹어야 해. 그래야 도태되지 않아."


03

"호텔방 어떻게 했어요? 비용 추가 하고 1인실로 하지. 자기 막 전화하고 그러는 거 룸메이트한테 진짜 민폐인데..."


남편의 답사여행이 어떤지 너무 잘 안다.

한국 업무시간에 맞춰 수시로 전화통화 한다. 노트북을 이고 다닌다. 음식이 나왔는데 전화통화하러 식당 밖으로 나가 식을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04

그간의 노하우로, 내가 남편동행 여행에서 챙기는 건

- 숙소의 탁자 크기(일할 수 있는 높이와 사이즈인가?)

- 호텔 비즈니스센터 운영시간 

- 이동동선에 있는 카페 서칭(역시 일할 수 있는 적절한 테이블이 있는가. 눈치 보이지 않는 적절한 붐빔 동시에 적당한 한산함)


05

남편이 이집트로 떠난 후

아이와 나는 더없이 방만한 날들을 보냈다.

방만의 기본은

청소 안 해. 빨래 안 해. 설거지도 안 해.


새벽 4시 기상.

나는야 계획성 있는 사람이니까... 

대청소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는데

이것 참, 견적이 안 나오네.


06

시시콜콜 잔소리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하하하

B사람의 오른 눈썹이 꿈틀 할 것이 분명하고

캐리어 던져놓고 청소기 꺼내와서

폭풍의 청소를 할 것이 상상된다.


투우장의 소처럼 코김을 뿜어댈 수도.


그럴 때 웃으면 안 되는데

기어이 내가 푸하하 웃기라도 하면

이것 참, 

2주 만의 가족상봉이

서늘해질 수 있어

나는 오늘

결의에 찬 손길로 앞치마 끈을 동여매며

대청소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아웅. 진짜 너무 어질렀구나.

후우.


+

사진은, 오고리 Seria(110엔 샵)에서 127분 동안 쇼핑한 모녀의 물건을 지고 가는 B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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