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Apr 26. 2023

우리들의 벚꽃 약속

#첫번째

#벚꽃약속     


01

다섯 개의 벚꽃 약속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집밥 약속이기도 했다.     

콩나물밥

도라지생채

잡채

탕평채

참외 샐러드     

소박하게(?) 메뉴를 정하고

금촌 시장에서 장을 봤다.     


02

“오늘 손님 오신다 하지 않았어?”

엉망인 주방과 거실 상태를 보며 남편이 말했다.

‘좀 도와주고 가지...’ 싶었으나

저 말만 하고 출근.     

주방, 거실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고 물걸레질하고 나니

어느새 11시 30분.

12시까지 남은 시간 30분.     

눈물을 머금고

콩나물밥과 참외 샐러드로 메뉴 축소.   

 

 


03

맛있게 드셔 주셔서 감사했어요.

너무 단출한 집밥이라 죄송했어요.     

고백하자면...

한식조리기능사 실기수업은

모든 요리가 1인분 기준이에요.

그래서 분량이 늘어나면 그때부터

긴장 초긴장이지요.     

콩나물밥 2인분은 처음이라

어제 냄비 뚜껑을 열면서도

죽밥 일까, 콩나물이 덜 익지 않았을까

얼마나 걱정을 했게요.     

내가 만든 음식으로

고마운 마음 전할 수 있다는 건

기대 이상으로 신나네요.     

책 선물도 손글씨 메모도 감사해요.

더 열심히 더 멋지게 살아갈게요.     


+

아쉽게도 기념사진 한 장 찍지 않아

어제를 기억하려고 기록함.     


+

동시에 또 엉뚱한 상상.     

1인분의 콩나물, 1인분의 불린 쌀, 쪽파 총총 양념장.

18cm 함마톤 냄비 1개, 휴대용 가스버너

갓 지은 콩나물밥으로 전하는 찾아가는 감사 인사     

식재료와 요리도구들을 커다란 보자기에 싸고

여행용 캐리어에 넣는 거지.

감사한 분을 만나러 가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잠시만요, 30분만 기다려 주세요.”     


캐리어를 열고

보자기를 펼쳐

콩나물밥 짓기 시작~     


흐흐흐 너무 재밌을 것 같아.

흐흐흐 생각만 해도 신나.     


내일은 두 번째 벚꽃 약속.

그래서 내일의 메뉴는?!

매거진의 이전글 열 살 딸의 추천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