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편지 16
"아... 여자들은 도대체...
100일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데?
장미 백 송이를 꼭 해야 되냐?
사실 돈도 돈인데, 그거 들고 갈려면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
그게 또 가볍지도 않아
그니까... 그런 걸 왜 해야 하는 건지"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시간대를 피해
지하철을 타면
이런 재미가 있다.
파파라치 유전자가 숨어있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주변 이들의 전화통화를 엿듣게 된다.
장미 백 송이... 하하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어도
백일엔 아직도 장미 백 송이일까?
나도 모르게 그 청년의 등을
툭 칠 뻔했다.
"총각. 어쩌면 장미 백 송이의 문제가 아닐지 몰라.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그러니 장미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조금 더 넓게 보시게, 응?"
나이가 들어도 시간이 흘러도
남녀 간의 로맨스는 설레고
삐걱거리는 연애현장을 구경하는 건
역시 재미나니, 이 무슨 심보인지...
마흔다섯의 남자와 서른여덟의 여자의 소개팅을 주선했다. 그런데 왜 내가 더 설레고 내가 더 기대가 되는지. "어떤 방법이 좋아요? 서로의 번호를 상대에게 알려주면, 알아서 약속 잡고 만날래요? 아니면... 나도 함께 만나서 내가 두 사람을 소개해 줄까요?"
흐흐흐. 실은 나는 그저 보고 싶었다. 어쩌면 연인이 될지도 모를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어색한 설렘, 불편한 긴장. 원래 연애란 내 것 보다 남의 것을 엿보는 재미가 더 크다. 왜냐하면 결과가 어이 되건, 내 일은 아니니까 라는 놀부 심보가 있어 걱정도 염려도 없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은, 어떤 소개팅 형태를 원했을까요?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 탓에 소개팅은 해를 넘겨 아직도 예정 중인 상태다.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꽃 작품과 글을 엮는 <꽃편지>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과 함께 원고 작업을 했다. 매주 5개의 이야기, 총 60개의 이야기를 내 안에서 끌어냈다.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꽃편지> 프로젝트 덕분에 내 안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기록했다. 노트북이 망가져 모든 기록이 사라져 버렸던 2021년의 어느 날, 혹시나 하고 찾아간 Leposy의 블로그. '감사합니다' 아직 글들이 남아있었다. 내겐 소중한 이야기들을 한 편씩 옮겨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