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편지 15
며느리가 바빠지는 시기
아내가 사나워지는 시기
언제 뾰족해 질지 모를
아내 눈치 보느라
남편은 오늘도 전전긍긍.
"차장님, 말로 하면 몰라요
표현을 해야지.
아내들이 뭐 대단한 거 바라는 게 아니에요.
고생한다 힘들겠다
따뜻한 말 한마디면 되는데...
그 쉬운 걸 못해요. 남편들이."
워킹맘 이 과장의 조언에 힘입어
오늘 퇴근길엔 핸드크림이라도 하나 살까.
그 곱던 손 거칠어져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고
오늘은 마음으로만 하던 말
입 밖으로 내어 볼까.
연애할 때 남편은 "사랑해"라는 말에 인색했다. 사귄 지 몇 개월이 지나도 사랑해의 '사'자도 꺼내지 않았다. 참다못한 나는 "왜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해?" 따져 물었다. 귀한 말이라 아끼고 아끼느라 그랬단다. 그래서 울 엄마 십팔번처럼 "아끼다 똥 된다" 말해 줬다. 밖으로 꺼내어 소리 내지 않는데 마음에만 있는 말을 어이 알겠냐 따졌다.
결혼 14년 차. 우리 집에는 '사랑해'가 운동장 축구공처럼 굴러다닌다. 기분 좋을 때도 사랑해, 싸우고 난 후 눈 흘기면서도 사랑해, 귀찮고 성가셔서 발끝으로 리모컨 버튼을 눌러대면서도 사랑해. 아, 사랑이란 말이 이렇게 지루하고, 낭만 없고, 한없이 가볍게 던져질 수도 있구나. 그럼에도 나는 사랑해가 가진 힘을 믿는다. 이리 차이고 저리 밀려도 사랑해는 사랑해다. 사랑해가 미워해가 되진 않는다.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꽃 작품과 글을 엮는 <꽃편지>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과 함께 원고 작업을 했다. 매주 5개의 이야기, 총 60개의 이야기를 내 안에서 끌어냈다.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꽃편지> 프로젝트 덕분에 내 안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기록했다. 노트북이 망가져 모든 기록이 사라져 버렸던 2021년의 어느 날, 혹시나 하고 찾아간 Leposy의 블로그. '감사합니다' 아직 글들이 남아있었다. 내겐 소중한 이야기들을 한 편씩 옮겨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