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 등급이란

꽃편지 07

by sunny

모 출판사에서 주최한 강연회에서의 일이다.

강사는 A시인.


잔잔하고 소박한 시로

사랑받는 시인이지만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시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었다.


큼직한 꽃무늬 패턴 원피스로

온몸을 휘감은 시인의 첫인상은

잔잔하고 소박한 시와는 딴판이었다.


청중은 조용히 술렁 였다.


A시인의 생김은... 느낌은... 목소리는...

'천상 여자' '하늘하늘 여리여리할거야'

제멋대로 상상한 것이

비단 C 혼자만은 아녔나 보다.


60여 분의 시간이 흐를수록

시인은 점점 그녀의 시 같아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A시인이 마치 아침이슬 맞은 들꽃 같다 생각하다,

C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


우리는 아니 나는 이렇게 가벼운 사람이었구나.


겉모습만 보고

크고/강렬하고/화려해 '시'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여겼던 시인을

60분 후엔

다시 소박한 들꽃이라 여기는구나.




저 글을 쓸 때 떠올렸던 시인이 있다.

여류시인하면 떠오르는 나만의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있던

화려하고, 담대하고, 에너지 넘치던.


그녀의 시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대학시절 내가 얻은 커다란 행운 중 하나였다.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꽃 작품과 글을 엮는 <꽃편지>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과 함께 원고 작업을 했다. 매주 5개의 이야기, 총 60개의 이야기를 내 안에서 끌어냈다.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꽃편지> 프로젝트 덕분에 내 안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기록했다. 노트북이 망가져 모든 기록이 사라져 버렸던 2021년의 어느 날, 혹시나 하고 찾아간 Leposy의 블로그. '감사합니다' 아직 글들이 남아있었다. 내겐 소중한 이야기들을 한 편씩 옮겨 담는다.


[출처] https://blog.naver.com/leposy/220907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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