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편지 08
오늘로 열세 번째 사직서를 썼다.
물론 마음으로만.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이 시작되는
일요일 밤이면
수십 번 넘게 상상한다.
호기롭게 사표 던지며
본데없이 거친 사수의 입에
꽃 한 송이 콱 박아주는 상상.
"너 이놈의 xx!"로 시작하는
그의 욕설을 꽃으로 막는다?
이 얼마나 우아하고 멋진 복수전인가.
오늘도 나는
상상의 복수전을 펼치며
하루를 버텨냈다.
전윤호 시인의 <사직서 쓰는 아침>을 좋아한다.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도 좋아했고, 창업 준비 중인 CEO지망생이 된 지금도 좋아한다. '이 놈의 회사 내가 진짜 때려치우고 만다' 싶은 순간이면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해 둔 '사직서 쓰는 아침'을 속으로 읊조렸다.
... 머슴도 감정이 있어/ 걸핏하면 자해를 하고/ 산 채 잡혀먹기 싫은 심정에/ 마지막엔 사직서를 쓰는 법... 에서는 어김없이 서글픈 마음과는 달리 웃음이 픽 터져 나왔고, 오늘 오후부터는/ 배가 고프더라도/ 내 맘대로 떠들고/ 가고픈 곳으로 가려하오니... 에서는 말할 수 없이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가끔 "회사 때문에 죽겠어"라는 지인들에게는 이 시를 보내주곤 한다.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꽃 작품과 글을 엮는 <꽃편지>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과 함께 원고 작업을 했다. 매주 5개의 이야기, 총 60개의 이야기를 내 안에서 끌어냈다.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꽃편지> 프로젝트 덕분에 내 안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기록했다. 노트북이 망가져 모든 기록이 사라져 버렸던 2021년의 어느 날, 혹시나 하고 찾아간 Leposy의 블로그. '감사합니다' 아직 글들이 남아있었다. 내겐 소중한 이야기들을 한 편씩 옮겨 담는다.
[출처] https://blog.naver.com/leposy/220912996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