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이 이유가 될 수 있다면

꽃편지 06

by sunny

“나는 얘가 좋아”

그간 받은 꽃편지들을 바라보는데

일곱 살 딸이 다가오더니

불쑥 하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난 얘가 좋아"


"왜? 왜 얘가 좋아?"


"그냥. 이뻐."


"그냥 어디가 예쁜데?"


"그냥"


더 이상 답하기 싫다는 듯

식탁 위 곰젤리를 집어 들고 돌아서다,

불쑥 묻는다


"엄마, 그냥 좋으면 안 되는 거야?"


철렁


그냥 좋을 수도

그냥 마음이 갈 수도

그냥 눈길이 끌릴 수도 있는데...


언제부터 나는 그냥 좋은 그 느낌을 잊은 걸까?




꽃편지 원고 작업을 하고 있으면 여섯 살 아이는 내 곁에 다가와 인쇄한 꽃 사진을 이리저리 살펴보곤 했다. 그리곤 "난 얘가 좋아" 좋아하는 꽃을 선택했다. "얘도. 그리고 얘요. 아, 얘도 좋아." 그중 가장 좋은 꽃은 무엇이냐고, 딱 하나 최고로 좋아하는 꽃은 무엇이냐고 묻는 내 물음에 "꼭 하나만 좋아해야 해?" 묻던 아이의 얼굴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러게. 왜 꼭 최고로, 가장, 제일 좋은 것 하나만 꼽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꽃 작품과 글을 엮는 <꽃편지>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과 함께 원고 작업을 했다. 매주 5개의 이야기, 총 60개의 이야기를 내 안에서 끌어냈다.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꽃편지> 프로젝트 덕분에 내 안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기록했다. 노트북이 망가져 모든 기록이 사라져 버렸던 2021년의 어느 날, 혹시나 하고 찾아간 Leposy의 블로그. '감사합니다' 아직 글들이 남아있었다. 내겐 소중한 이야기들을 한 편씩 옮겨 담는다.


[출처] https://blog.naver.com/leposy/22090710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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