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편지 05
"평생 같이 갈 짝지는 뭐니 뭐니 해도 순면이여.
공단 양단이 끌리겄지만
그래도 역시 순면이 쵝오여."
눈감는 그날까지
여덟 손주 짝짓기가
소원이고 걱정이고 기대였던 할매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빨강도 좋고 분홍도 좋지만
오래도록 곁에 두고 함께 하기엔
밋밋한 듯 멋없는 듯
희멀건 순면 같은
그런 사람이 와따여"
꽃인 듯 꽃이 아닌 듯
그래서 더 친근한 꽃배추를 보니
문득 할매 생각이 났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함께 하기엔... 에 밑줄 좍~. 하지만 40대 중반의 나는 할매 말씀에 반댈세. 사람처럼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생명체를 어찌 순면, 양단, 공단... 이렇게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어떤 날은 순면, 어떤 날은 합성, 어떤 날은 양단... 제멋대로가 아니라 유연하고 조화롭게 변신하는 변신로봇 같은 사람이 와따! 가 아닐까.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꽃 작품과 글을 엮는 <꽃편지> 프로젝트의 초기 기획과 함께 원고 작업을 했다. 매주 5개의 이야기, 총 60개의 이야기를 내 안에서 끌어냈다. 일이었기에 가능했다. <꽃편지> 프로젝트 덕분에 내 안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글로 기록했다. 노트북이 망가져 모든 기록이 사라져 버렸던 2021년의 어느 날, 혹시나 하고 찾아간 Leposy의 블로그. '감사합니다' 아직 글들이 남아있었다. 내겐 소중한 이야기들을 한 편씩 옮겨 담는다.
[출처] https://blog.naver.com/leposy/22090710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