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 좋다
아무렇게나 옷을 걸치고 나온다
정겨운 시장 길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자유로움은 나무에 걸쳐 놓은 봄 같으니
꽃 화분이 놓인 인도로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남다른 옷맵시를 자랑한다
빨간 원피스, 노란 가방
오호, 예쁘다
할머니 뒷모습에서
고향, 우리 엄마가 보인다
읍내 오일장
분홍색을 좋아하는 울 엄마가
블라우스를 샀던 날,
비싼 것도 아니고 오천 원 하는 옷
얼마 못 가서 해져 못 입던 옷은
당신 옷이라고 오래 벼루다가 산 옷이었다
돌아오는 내 손에는
꽃 송송 박힌 블라우스 하나가 들려 있다
머리 위로 까치 한 마리가 노래한다
봄바람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