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네가 나에게
몸을 온전히 맡기는 게 좋았어.
너를 쓰다듬어주는 내 손에
툭 떨구던 그 사랑스러움도 좋았고"
어린 시절, 시골이라 그런지 다니는 학교와 집이 너무 멀었다. 거의 이른 아침에 등교할 때가 많았다.
먼 거리에 지루한 탓인지 친구들과 장난치면서 가는 게 일상이었고 그 덕분에 늘 지각이었다.
"이놈들"
선생님은 우리 이마에 꿀밤 한 대씩을 주었다. 그래도 여전히 지각을 했고 점점 지각 횟수가 늘자, 어느 날부터 선생님의 꿀밤 주는 손가락힘이 세지기 시작했다. 점점 이마가 발갛게 된 우리는 내 이마가 더 아프다. 네 이마가 더 아프다 그러다가 결론을 내렸다. 선생님께서 힘이 엄청 세지기 시작했다는 걸.
그 후, 안 되겠다 싶어 우리는 지각을 조심하게 되었지만 등교 중에 떠들고 중간에서 놀고 하는 건 사라졌다. 무료했다. 등굣길에 보이는 코스모스가 괜히 미워 꺾기도 했다.
금호꽃섬 코스모스밭
어느 날, 선생님이 우리를 불렀다.
"학교가 너무 멀어서 걸어 다니기 힘들지? 허허, 그래도 착하다. 지각은 해도 결석은 안 하니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큰 알사탕을 한 주먹씩 아이들의 손에 쥐어 주었다.
집에 돌아오는 그날은 아스팔트길에 핀 코스모스가 얼마나 예쁘던지 코스모스가 웃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입 안 가득 알사탕을 넣고 우물우물하며 우리들은 신나 했다.
금호꽃섬 코스모스밭
어떤 장소이든 어떤 상황이든 지난날이 떠오른다는 건,
잊어버리지 않고 마음 한편에 늘 기억을 쌓아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좋은 추억이 될지, 나쁜 추억이 될지 시간이 흘러 나를 돌아봤을 때 안다.
바람에 조금 흔들려야 더 예쁘다고 아는 코스모스처럼 덤덤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