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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Oct 22. 2024

나를 기다려 주는 길

호산동 메타세쿼이아길

   

호산동 메타세쿼이아길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애써 그리움을 찾고 쓸쓸함을 찾고

   혼자혼자 가슴앓이 하던 날을

   못 본 척하지 않았을 거야

   이곳에 올 때마다

   넌 홀연히 달라져 있었던 걸

   이유를 알면서도 섭섭한 건

   고작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너라서






사람들은 대부분 화사한 꽃길과 초록색 숲길을 걷는 걸 좋아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도심의 거리를 좋아하고 자동차 불빛과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밤길을 좋아한다.

바닷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걷고 눈길을 걷고 비 오는 길을 걷는다.

사람마다 걷고 싶은 길이 모두 다르다.

나는 가끔 맨발로 메타세쿼이아길을 걷는다. 발바닥이 맨 땅에 닿는 순간, 그 울림이 머리까지 쿵쿵하고 전해온다. 나의 온몸이 반응한다. 맨발로 걷는 내게 나무가 바람에 의지해 손을 내민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니?라고 묻고 싶었다.



호산동 메타세쿼이아길


당신이 가는 그 길은 어떤 길이든 당신이 생각한 그 모습대로 기다려 줄 테니, 당신 마음에 달렸어.

혹시 후회가 되더라도 끝까지 그 길을 가보는 건 어때?

그 길이 날 기다려 준다는 건 참 가슴이 두근거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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