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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Oct 21. 2024

핑크뮬리

가산수피아 핑크뮬리


   봄부터 너를 기다렸는데

   이제야 왔네

   좀 늦었네

   때가 되면 온다는 걸

   나는 늘 잊어버린다

   마음에 담아 두지 마

   그냥 푸념해 보는 거야

   내가 언짢아하긴 

   너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태양이 뜨거웠던 여름, 장마가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가을이 왔다. 마음이 설렌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을을 특히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계절이 주는 감성이 너무 좋다.

그래서 가을을 누구보다도 요란스레 즐긴다.


몇 해 전, 가을이 막 시작되는 구월의 어느 날이었다.

 "날씨가 너무 좋다. 우리 어디 여행갈래?"

툭 던진 나의 말에 내 오랜 친구들은

 "나가기 귀찮아, 나이 들어서 그런지 움직이는 게 예전 같지 않아"

너도나도 귀찮다고 했다. 중년이 되니 그 활기차던 친구들이 모두 무기력해졌다.


그 후로 혼자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혼자 다니는 행복이 의외로 어마무시했다.

특히 가을에는 혼자 다니기 너무 좋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게 여유가 있다.

그리고 무엇하나 나와 함께 하지 않는 게 없다.



가산수피아 핑크뮬리



빛, 바람, 공기, 냄새, 풍경

나는 가을과 사랑에 빠졌다.


사랑을 하기엔 이 계절보다 더 아름다운 계절이 있을까.

가을예찬론자의 사랑.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감성 쩌든 사랑 한 번 하자.

누구라도 좋으니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사랑 한 번 하자. 오롯이

가을에 핑크뮬리를 만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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