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글쓰기

해마에는 '장소 세포'가 있

by 현목

참으로 오래 기다렸고 염원해 왔던 것이 이제야 이루어졌습니다. 2018년 5월13일 일요일 낮 12시. 삼천포 대교 지나서 Angel-in-us cafe를 드디어 찾아와 노트북을 켜고 자판을 두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전에 나탈리 골드버그의 글쓰기 책들을 읽으면서 하나 기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시간이 나면 카페에 가서 글을 쓴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생소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도 따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카페는 젊은이들의 분위기인데 나잇살이나 먹은 제가 들어가서 노트북 작업을 한다는 것이 마음속으로 좀 캥겼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렇게 하리라는 생각은 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에 가보니 노트북을 올려놓는 높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지만 벽만을 보고 있어서 그다지 마음은 내키지 않았습니다. 제가 바란 분위기는 조용하면서 사람도 적고 앞에는 먼 바다가 보이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사천에 그런 곳이 있나 찾아보았습니다. 선진리에 그런 곳이 있을 것 같다고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가 조언해 주어 아내와 같이 수색해서 어떤 카페를 찾았으나 바다가 완전히 커다란 연못 같아서 답답했습니다. 아내가 토요일 조용필 쇼를 동서와 같이 보러갈 일이 있다고 하여 이때다 싶어 아침 열시반에 집을 나와서 삼천포 남해 카페를 찾아보리라 했습니다. 삼천포 대교를 지나는데 지난번에 눈여겨 보았던 Angel-in-us cafe를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갑작스럽게 90도로 꺾이기 때문에 익숙한 길이 아니면 그냥 가버리기가 쉽게 되어 있습니다. 길 옆으로 카페가 있나 보면서 가다 보니 어느덧 남해 창선을 지났고 한참 지나 그 유명한 물건리의 독일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거기는 관광객 때문에 번잡하다는 말을 미리 들었지만 역시 카페는 현대적으로 지었고 규모가 컸지만 제가 작업하기에는 좀 맞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예술촌을 지나서 남해 미조까지 가보리라 마음을 먹었기에 끝까지 가보았으나 별로 카페다운 곳은 없었습니다. 미조에서 예전에 몇 번 가보았던 장보고 식당에서 물회를 먹고 싶었으나 일인분은 안 된다고 해서 멍게 덮밥을 먹었습니다. 멍게가 싱싱하고 양도 많아 흡족하게 먹었습니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다랭이 마을을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고 내비게이션을 찍고 차를 몰았습니다. 다랭이 마을 가는 길은 지대가 높아서 바다의 풍경이 시원합니다. 수평선이 거의 반원을 그립니다. 다랭이 마을은 워낙 유명해서 관광버스와 일반 승용차가 뒤엉켜서 정신이 없어서 그냥 지나쳤습니다. 한 삼 킬로 가자 ‘마레 카페’라는 데가 있어 비를 무릅쓰고 거길 들어갔습니다. 거기는 바로 제가 바라는 데였습니다. 앞으로는 다랭이 마을 같이 거대한 수평선이 있고 바다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카페의 규모가 너무 작아 제가 창가에 앉은 테이블 바로 옆에 다른 손님의 테이블이 있어 그분이 내 노트북을 볼 수 있는 거리여서 마음에 걸렸습니다. 일단은 퀘션마크를 쳐놓고 다시 삼천포 대교를 향해 떠났습니다. 도중에 미국 마을을 들렀는데 거기는 독일마을과는 달리 정말 사람이 사는 동네처럼 한적했습니다. 다만 카페가 너무 작고 특징이 없었습니다.


창선을 지나 한참을 지나니 제가 마지막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 Angel-in-us cafe가 보였습니다. 올라가서 주차를 하니 그 옆에 바로 Lga 카페가 있었습니다. 거기는 소파가 죽 늘어져 있어 노트북 작업을 하기에는 적절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옆의 Angel-in-us cafe에 들어가니 드디어 제가 찾던 곳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앞 전경에 바다가 있으나 산이 막혀서 조금 답답하기도 합니다. 바로 밑에는 자동차가 쉴새 없이 지나당깁니다. 그래도 가게가 천정이 높고 규모가 크고 제가 앉은 테이블에서 옆자리가 많이 떨어져서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만점은 아니지만 일단은 여기를 나의 아지트를 삼고 시간이 나면 무조건 여기서 글쓰는 작업을 서너시간씩 하고 가리라고 작정을 했습니다.


그래도 삼천포 대교를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혹시라도 더 나은 곳이 있지 않나 해서 큰 길가에 있는 '레' 카페를 가보았으나 역시 소파의자에 제가 원하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실안에도 바닷가에 카페들이 많이 있어 '하얀풍차' 등을 가보았으나 Angel-in-us cafe에서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카페에서의 글쓰기를 하면서 옛날 학생 시절에 공부하기 위해 독서실에 갔던 생각이 났습니다. 부모님은 집 놔두고 왜 독서실에 가느냐고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을 하는데 장소를 바꾸면 기억이 새로운 환경 때문에 더 잘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해마에는 ‘장소 세포’가 있다고 하지요. 일단은 제가 할 수 있는 장소를 구했으니 글쓰기 작업을 해보아 어떤 결과를 얻을지 기대를 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