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글쓰기에 대하여

“처음에 떠오른 생각이 가장 훌륭한 생각이다.”

by 현목

2001년부터 지금까지 제 컴퓨터에 저장된 글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이것들을 잘 챙겨보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창고에 쌓아두기만 하고 별로 거들떠보지 않고 새로운 것만 찾아다닌 셈입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저의 ‘문서 1’부터 다시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 읽은 바버라 베이그(Barbara Baig)의 『하버드 글쓰기 강의』와 주디 리브스(Judy Reeves)의 『365일 작가 연습』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문학적 글쓰기에 대해서 다시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을 얻었습니다.


글쓰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학술지의 논문이라든가 회사의 보고서 같은 글들입니다. 이런 글쓰기의 내용은 정보이며 아이디어, 의견입니다. 이런 유의 글은 간단명료해야 합니다. 따라서 문장이 보편적이고 추상적이며 분석명제의 문장으로 구성됩니다. 반면에 문학적 글은 읽는 사람에게 상상을 일으켜 하므로 이미지(그림) 위주입니다. 따라서 문장이 특수적, 구체적, 종합명제의 문장이 됩니다. 다의적이고 애매모호합니다. 물론 문학적 글쓰기라고 해서 이런 문장으로만 이끌어갈 수는 없습니다. 글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라든지 할 경우에는 설명적인 진술의 문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제가 여기서 서술하는 글들은 저의 독창적인 생각이 아니라 바버라 베이그와 주디 리브스의 생각을 종합하고 요약한 것입니다. 그들에 의하면 글쓰기는 크게 두 가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하나가 내용이고 다른 하나가 기술입니다.


내용은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입니다. 영감이 떠오르든가 처음부터 이렇게 써야겠다고 구상을 하든지 글을 이끌고 나서 종결을 했다면 작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그 내용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내용에 있어서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글쓰기 재료 모으기’입니다. 글쓰기의 재료로는 경험, 감정, 기억, 관찰이 있습니다. 외부 관찰을 할 때는 문장이 아니어도 구절로 관찰한 것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둡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눈앞에서 컴퓨터를 보았다면 ‘속마음이 파란 컴퓨터’라든가 ‘책상에 누운 공허한 안경’ 이런 식으로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강조하는 은유 연습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주디 리브스는 ‘당신만의 글쓰기 재료 도서관’을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저는 저의 노트북에 두서없이 재료들을 저장한 적이 있습니다만 오래되니 찾기도 어렵고 실제로 잘 활용이 안 되더군요. 아무튼 주디 리브스는 이런 식으로 하라고 합니다.


첫째, 백지에 ‘나는 …을 기억한다’라고 적고 자신의 기억을 글쓰기 재료로 저장하라고 합니다. 둘째, 갑자기 떠오른 구절이나 이미지를 적어둡니다. 셋째 신문이나 책을 읽고 순간 떠오르는 것을 적습니다, 넷째 자신의 지나간 글쓰기 중에서 재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항상 책상 주변 등에 메모지와 필기구가 준비되어 있어야겠지요.


문학적 글쓰기에서 내용과 대칭을 이루는 것이 기술입니다. 특히 문학적 글쓰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문장이 성격입니다. 문학적 문장은 과학 논문처럼 단순명료하기보다는 다의적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문장의 성격을 보겠습니다. 보편성 문장보다는 특수성 문장을, 추상성 문장보다는 구체성 문장을, 분석명제보다는 종합명제를, 사실보다는 세부사항의 문장을 선택해야 합니다. ‘진실은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부사항에 있다’고 했습니다. 문학적 글쓰기에서 보편성 문장은 흔히 공허합니다. 위의 설명을 다른 말로 이야기하자면 결국 이미지 중심의 글을 쓰라는 말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즐거운 날 되세요.” 이 문장은 보편성의 문장입니다. 이걸 특수성의 문장으로 바꿉니다. “웃음꽃이 입언저리에 주렁주렁 하기시를.” 어설프지만 아무터 이런 특수성의 문장으로 쓰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는 더 있습니다. ‘새’보다는 ‘찌르레기’라고 쓰고, 그냥 ‘나무’라고 쓰지 말고 ‘유칼립투스’나 ‘버드나무’라고 써야 합니다. ‘비가 내리고 있다’라는 사실이 아니라 ‘비가 내릴 때의 느낌’을 쓰도록 해야 합니다.


주디 리브스는 마음을 헤집고 들어온 첫 번째 이미지를 포착해서 쓰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 두 번째, 세 번째 이미지로 연결되겠지요. “처음에 떠오른 생각이 가장 훌륭한 생각이다.” 앨련 긴즈버그의 말입니다. 처음 떠오른 생각 혹은 이미지는 직관에서 나온 것입니다.


문장 다음으로 상상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것도 문장과 연관이 있는 것입니다만, 우리가 문장을 쓰다가 손을 멈췄을 때 그에 적당한 단어를 생각하지 말고, 그림을 그리라고 했습니다. 색깔, 모양, 질감, 벽돌 위로 빛이 떨어지는 방식, 출입구의 그림자, 강물 위에 핀 안개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이런 그림이 떠올리라는 것이지 그것을 단어를 가지고 말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엔진 소리에서 개짖는 소리, 그리고 물소리, 노래소리로 바뀌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 잠자가 해충으로 변신하듯이 그림으로 변신하라고 합니다.


그 외 주디 리브스의 귀중한 충고는 많이 있습니다.

∙형용사, 부사는 될 수 있는 대로 쓰지 말라.

∙이야기가 안 풀리면 그 이야기를 침대로 가져가 꿈의 일부로 만들어라.

∙초고를 다 쓰고 나면 소리내어 읽어라. 리듬, 상투어, 자신의 약점을 발견할 것이다.

∙의식의 흐름의 글을 써보라. 직관적 글쓰기이다.

∙프리라이팅은 내용 창조의 기술이다. 그러나 공적이 아닌 사적 글쓰기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글을 써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제로 드라프트(Zero Draft)에 대해 말해보고 싶습니다. 이 말은 저는 처음 보는 말이었습니다. 우리 말로는 ‘초안(草案)으로 번역했습니다. 이 비슷한 말로는 초고(草稿)가 있는데 영어로는 First Draft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제로 드라프트에 제가 흥미를 가지는 이유는 알고 보니 제가 이 방식으로 요즘 독후감을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집한 재료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선택한 모든 것은 단일한 글로 옮기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사용할 재료와 배제할 재료를 분리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어떤 책을 읽고 요약을 합니다. 그 재료를 가지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세 가지로 집약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빅 스리(Big Three)’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스리‘의 각각에 대해 사용할 재료를 모읍니다. ’스리‘ 각각에 대해 저의 관점을 더하여 내용을 파악합니다. 이때 필요하면 저자의 원문을 한두 개 인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작업의 과정을 주디 리브스는 ’제로 드라프트‘라고 했습니다.


문학적 글쓰기는 내용을 명확히 하고 기술로는 문장을 이미지 위주의 특수성 문장으로 구성합니다. 상상할 때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주디 리브스가 말했듯이 자신의 머리에 떠오른 첫 번째 이미지를 소중히 여겨서 그 이미지를 천착해야 나아갑니다. 글쓰기는 자아실현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지 세이너(Reg Saner)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글을 창조할 때 당신의 글은 당신을 창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