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부랭이

by 현목

시 나부랭이




고등학교 때였을까, 뭔가 끼적거리고 다니자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듯이 시 나부랭이 써서는 밥 못 벌어먹는다고

말했다 덕분에 밥 먹는 데는 지장없이 살아왔다 오십 년

넘게 아버지 몰래 아직도 허공에다 끼적거리고 있다

직박구리 소리, 라이락 피는 소리, 구름이 밟는 발자국

소리를 나는 듣는데 남들은 못 알아듣는다 하지만 내 죽을

때 지평선 치자색 황혼 속에 그 세월 속에 끼적인 휘파람새

소리, 대원사 계곡 물소리, 나뭇잎 서걱이는 몸짓이 깔려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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