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였을까, 뭔가 끼적거리고 다니자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듯이 시 나부랭이 써서는 밥 못 벌어먹는다고
말했다 덕분에 밥 먹는 데는 지장없이 살아왔다 오십 년
넘게 아버지 몰래 아직도 허공에다 끼적거리고 있다
직박구리 소리, 라이락 피는 소리, 구름이 밟는 발자국
소리를 나는 듣는데 남들은 못 알아듣는다 하지만 내 죽을
때 지평선 치자색 황혼 속에 그 세월 속에 끼적인 휘파람새
소리, 대원사 계곡 물소리, 나뭇잎 서걱이는 몸짓이 깔려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