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사(情事)

by 현목

어떤 정사(情事)




늘 허전한 갈대밭이었던 벽은

중심이 뻥 뚫린 자포자기다

까맣게 타버린 심지와

한사코 목을 감고 올라오는 뜨거운 날숨의

싸움이 분명하다

내려다 보기에도 무서운 심연,

망울망울 울음이 가슴에 닿아

담벼락의 경동맥을 터뜨리고 퍼지는

붉은 폭포

언제나 숨죽이고 흐느끼는 소리는

후회의 배후다

마음이 빠져나간 빈 집을 부여안고

무릎이 닳도록 기진하는 넝굴장미,

운명이 만든 붉은 향기에

스스로 눈이 먼 스토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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