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늉

by 현목

숭늉



갱상도 문디들이 사는 동네로 피난 와서

갱상도 사투리에 자갈돌로 튀겨나가는

이북 사투리가 부끄러워

언제나 당신의 그림자 밟고 숨어 다녔습니다

혼자 되시어 성긴 눈발로 다니시고

종이 피아노로 치시던 찬송가

닳아진 외로움 모른 체 하고

알토란 처자식만 부등켜 안고 살았습니다


제삿날 돌아와 식구들이 모여 먹는

무덤처럼 솟아 오른 하얀 고봉

뺀질뺀질한 밥알들

잘난 척하는 날 닮아 있습니다

하얀 밥알은 위로 다 올려보내고

아래로만 아래로만 가라앉아

뜨거운 불에 몸을 다 맡기고

몹쓸 것 제 몸으로 다 막더니만

노랏노랏하게 그을린

물에 풀어 나오는 향기


자식 밑에서 세상살이 불길에

타는 줄도 모르고 그슬린 누릉지

당신의 육신이 세월에 풀어져

오늘 숭늉이 되어 올라옵니다

넉넉하고 포근한 당신의 냄새

서럽고 서늘한 내장 속에

비오는 날

청개구리 소리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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