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목 Sep 23. 2024

아이코의 견생관(犬生觀)-6

  인생관과 견생관이란 무엇이 다릅니까. 인생관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보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지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누구는 돈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있고 효력이 있으니까 돈 벌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것은 누구나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 주인도 돈 얘기는 꽤나 많이 하는 편이기는 합니다. 나야 그게 상당히 귀중한 것이구나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잘 모르지요. 모르긴 해도 돈이 잘 벌리면 남자 주인 얼굴이 환하고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우거지 상이 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돈이라면 환장해서 체면이고 뭐고 아귀처럼 달라붙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내가 돈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얼마나 복 받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의 생사여탈이 주인에게 달렸다는 나의 약점도 있기는 합니다만. 뭐 하나 좋으면 하나 좋지 않은 세상의 풍습이라고나 할까요.  


  우리 주인들은 권력은 별로 흥미 있어 하지 않더군요. 물론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까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인데 권력이란 마약 같은 것이라고 해서 부자지간에도 칼부림 나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구요. 역사 공부한 적도 없으면서 개 치고는 너무 유식하니 나의 지력을 의심할 만도 합니다. 제가 공부한 것은 없구요. 단지 주인이 신문 보고 뭐라고 하는 것을 7,8년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상식이 늘었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깊이는 잘 알지 못합니다. 깊게 알 것도 없고요. 제 주제에 그렇게 많이 알면 뭐하겠습니까. 박사 학위 받을 것도 아니고요. 


  나의 주인과 내가 관점이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죽은 다음의 내세에 대해서 말인데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죽고 나서 내세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나의 지력의 한계를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내세에 대해 알고 싶지도 않고 알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비관주의자는 아닙니다. 나는 나의 생명이 있는 한 생명을 누리면서 열심히 먹고 배설하고 주인과 함께 동고동락할 것입니다. 죽어서 내 몸뚱아리와 영혼―우리 개 같은 견생에는 이 단어를 안 쓴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그저 의식이라고 해두죠―이 어떻게 되는지 모릅니다. 나는 단지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려고 합니다. 주인님이 가지고 있는 성경에도 나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더군요. 하나님도 나는 별로 관심도 없는가 봐요. 남 걱정하는 격이 되는 셈이지만 내가 없는 천당에서 그들은 무슨 재미로 살지 실로 걱정이 됩니다. 걱정도 팔자라는 말도 있지만 자기들끼리 하루 이틀도 아니지 영원히 자기들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을 건지 한심하기는 해요. 내가 무슨 똑똑한 철학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나는 만들 때부터 원천적으로 신에 대해서는 사고하지 않도록 조작이 되어 있는가 봐요. 


  그런데 우리 주인은 다릅디다. 그렇다고 그들이 집안에서 틈만 나면 주여! 하면서 감격에 젖거나 울먹이는 모습을 본 적은 없습니다. 좋게 말해서 이지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보니 어떤 때는 사이비 신자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내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성경이 어쩌고, 하나님이 어쩌고 하는 분위기로 봐서는 진지한 것으로 보여 역시 그렇게 ‘후루쿠’ 같지는 않았습니다. 대개는 희희낙락하다가도 뭔가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벌써 얼굴이 굳어져서 머리로 골돌히 생각하면서 심각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남 잠도 못 자게 새벽 같이 일어나 어디론가 갔다가 두 시간쯤 있다고 오데요. 주인님이 말하는 하나님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사진 같은 것으로 보았지만 진짜 알 수 없는 것은 성령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진짜 나로서는 오리무중이었습니다. 내가 단언컨대―이 말이 요즘 유행 같아서 나도 한번 멋 부리느라고 써 보았습니다―주인님의 내세는 주인님이나 내게 실감이 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주인님이 진정으로 천국을 알았다면 지금 그들의 인생관이 그렇게 작동하고 있을 리가 없다는 것 쯤은 견(犬)인 나도 알 만하기 때문입니다. 더 구체적인 것을 얘기하고 싶지만 주인님의 체면도 있으니 이쯤 해두기로 하지요.




작가의 이전글 아이코의 견생관(犬生觀)-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