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배정받은 나만의 안식처

- 주택을 배정받다.

by 만을고옴

길고 길었던 인내와 변모의 시간은 드디어 끝이 났다.

아무 근심 없고 마냥 행복 할 것만 같은 하나원을 벗어나자,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방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곰만을'이라는 진짜 이름을 가슴에 품은 순간, 어딘가 간질거리고 묘한 기분이었다.

퇴소 절차는 간결했지만, 그 의미는 내 삶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파도와 같았다.

나는 더 이상 탈북자가 아니라,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품속에 꼭 쥔 서류봉투를 확인했다.

그 안에는, 음, 나에게 배정된 '안식처'의 주소가 담겨 있었다.

내 새로운 삶의 첫 장이 펼쳐질 그곳은 수도권 외곽의 작은 신도시, '평온동'이었다.

이름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평생을 야생의 법칙 속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 '평온'이란 가장 간절히 원했던 단어였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햇살을 받으며 걸어가는 길, 내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이 그저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줄지어 선 상점들, 저 멀리서 활짝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들.

이 모든 것이 내가 꿈꾸던 '인간 세상'의 모습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걸었다.

익숙지 않은 인간의 두 발은 아직도 솜털처럼 가벼웠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희망으로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과거, 네 발로 숲을 거닐던 거대한 곰의 흔적은 이제 내 몸에서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아담하고 깨끗한 붉은 벽돌집 한 채가 눈앞에 나타났다.

현관문 옆에는 '평온동 77번지 곰만을'이라는 명패가 단정하게 걸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햇살이 가득 쏟아지는 거실이 나를 맞이했다.

텅 비어 있었지만, 이곳은 마치 내 삶이 새롭게 시작될 백지 상태의 도화지와 같았다.

나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봤다.

푸른 잔디가 깔린 작은 마당과 멀리 보이는 야트막한 산.

모든것이 완벽했다.


'이곳이, 이제 나의 집이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방 싱크대 위에서 번쩍이는 전기밥솥을 발견했다.

내 새로운 생활은 저 작은 기계 하나로도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 찼다.

며칠 동안은 집을 채우는 일에 정신이 없었다.

시장에 가서 침구류 및 주방용품, 동네 마트에 들러 먹을거리들을 채웠다.

특히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종류의 마늘을 보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곰 시절에는 그 독한 냄새 때문에 입에 쑤셔 넣기 버거웠던 존재가, 이제는 나에게 익숙하고 심지어 그리운 향신료가 되어 있었다니! 나는 일부러 다진 마늘이랑 통마늘, 깐마늘까지 종류별로 카트에 담았다.

식탁에 앉아 처음으로 직접 해 먹는 마늘 듬뿍 넣은 제육볶음은, 곰이었을 적에는 상상도 못 할 미식의 경험이었다.

이 맛있는 걸 그동안 몰랐다니!

이웃과의 첫 만남은 의외로 너무나 평범했다.

옆집 아주머니가 갓 지은 떡을 들고 찾아왔다.


"새로 이사 오셨다면서요? 김 씨예요, 박 씨예요?"


나는 아직 좀 어색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며 답했다.


"성은 곰이요 이름은 만을입니다. 하 하 하"


아주머니는 활짝 웃으시며 말했다.


"아유, 잘생긴 총각이네! 혼자 살면 외로울 텐데, 언제든 반찬 얻으러 와요!"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차가운 숲속의 밤바람에만 익숙했던 내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것 같았다.

점차 나는 '평온동의 만을고옴'으로서의 삶에 적응해나갔다.

오전에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오후에는 동네 공원을 산책했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목례를 건네거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처음에는 목구멍이 간질거리고 발음도 어색했던 말들이 점차 자연스러워졌다.

사람들은 내가 과거에 어떤 존재였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혼자 사는 조용하고 성실한 젊은 남자로 나를 받아들일 뿐이었다.

나는 그 평범함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안식처'를 찾았다고 느꼈다.

웅녀의 후손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이제 완벽하게 대한민국의 국민, '만을고옴'이었다.

평온동의 이 작은 집에서 나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일구어 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곰이었던 시절의 모든 기억은, 내 내면 깊숙한 곳에 조용히 자리 잡은 지혜와 겸손의 뿌리가 되어 주었다.

이제 나의 앞날에는 마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할 것이었다.

그리고 화물운송을 위한 계획도 세우고 있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나를 보호 관찰하는 경찰 아저씨께 물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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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몇 주만에 글을 올립니다. 요즘 심란한 일들과 고민이 많아져 이제야 올립니다.

그리고 멤버쉽을 걸어 놓고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민감한 글 이외에는 멤버쉽을 걸지 말아야 겠다는 결론입니다.

멤버쉽 한번 걸면 취소가 안돼더라고요.

혹시 소설중에 이야기 전개가 궁금하신분들 댓글 남겨주시면,

그 소설의 멤버쉽걸린 이야기를 작품외 버젼으로 다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