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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깨어난 심장

- 섬의 비명과 감춰진 진실

by 만을고옴

'검은 바위 섬'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진 굉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지의 심장이 울부짖는 듯한, 영혼을 뒤흔드는 진동이었다.

섬 전체가 살아있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바위들은 격렬하게 쪼개지고, 검은 안개가 더욱 짙게 피어오르며 시야를 완전히 가렸다.

임꺽정에게 붙잡혀 있던 '검은 안개'의 리더는 섬뜩한 웃음을 터뜨렸다.


"봤느냐, 어리석은 자들! 이것이 바로 고대의 힘, 세계를 재창조할 심장의 각성이다!"


굉음과 함께 해수면이 요동치고, 바위 절벽이 갈라지는 사이로 거대한 무언가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숲의 괴물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흙과 바위, 고대 나무들의 뿌리가 뒤엉켜 만들어진 불규칙한 형상이었으나,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과 위압감은 섬 전체를 집어삼킬 듯했다.

온몸에 난 거대한 틈새에서는 붉고 탁한 에너지가 맥박처럼 번뜩였다.

마치 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체 무기가 된 듯했다.


"젠장! 저게 뭐야!"


임꺽정이 철퇴를 든 채 뒷걸음질 쳤다.

평소 호쾌하고 두려움 없던 그였지만, 눈앞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그를 잠시 주춤하게 만들었다.

'

저런 거대하고, 답답한 놈은... 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어.'


어릴 적, 힘없는 자신을 짓누르던 거대한 폭력의 그림자가 찰나의 순간 스쳤다.

하지만 곧, 그의 눈빛에 다시금 단단한 결의가 깃들었다.


"크다고 다 좋을 줄 아느냐! 부숴버릴 테다!"


임꺽정은 다시 한번 괴물을 향해 맹렬히 돌격하며 자신의 불안감을 힘으로 토해냈다.

홍길동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한 발짝 떨어져 괴물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의 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상 탐지 파형이 괴물에게 닿자마자 왜곡되기 시작했다.


"측정 불가능! 에너지 스케일이 너무 높아요! 단순히 공격해서는 안 돼요, 이건… 뭔가 자연 현상과 기계적인 구조가 섞인 것 같아요!"


홍길동은 허공을 주시하며 자신의 과거를 더듬었다.


'내가 추구했던 자유란, 어쩌면 저런 불가해한 속박으로부터의 탈출이었을지도.'


한때 자신을 얽매려 했던 보이지 않는 권력과 시스템의 족쇄처럼, 거대한 괴물은 자유로운 그의 숨통을 조여오는 듯했다.

그는 이순신에게 재빨리 상황을 보고했다.

이순신은 차분했지만,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타올랐다.

괴물의 형상은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고대 구조물 같았다.

검을 든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떨림이 느껴졌지만, 이내 사라졌다.

그의 뇌리에는 오랜 시간 바다 위에서 싸워왔던 수많은 전투, 그리고 거대한 적을 상대로 홀로 맞서야 했던 고독한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는 잃지 않겠다. 나의 백성, 나의 조국.'


이번 적은 그의 모든 전술적 지식과 용기를 시험대에 올릴 터였다.


"침착해라! 놈은 섬의 모든 기운을 끌어모으고 있다! 파고들 틈을 찾아야 해!"


괴물은 완전히 각성하자 섬 전체를 자신의 일부처럼 움직였다.

주변의 검은 바위들이 공중으로 부상하여 세 영웅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들었고, 땅속에서는 날카로운 결정체들이 솟아났다.

그것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섬 자체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스스로를 증폭시키려는 듯했다.

임꺽정은 철퇴를 휘둘러 날아오는 바위들을 부수고, 솟아나는 결정체들을 박살 냈다.

그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괴물이 만들어내는 공격의 양은 끝없이 이어졌다.


"젠장, 바위가 끊임없이 솟아나는구만!"


홍길동은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공격들을 피하며 괴물의 몸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날카로운 비수를 이용해 괴물의 표면을 긁었지만, 녀석의 껍질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그러나 홍길동은 포기하지 않고 틈새를 찾았다.

그는 괴물의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의 맥동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장님! 녀석의 내부에서 에너지 맥동이 불안정해요! 특정 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순신은 홍길동의 외침을 듣자마자 괴물의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검은 안개 리더의 말을 떠올렸다.


'이곳의 '심장'은 이미 깨어났으니...'


그리고 강 장군이 말했던 '고대 주술'과 '에너지 반응'이라는 단어들.

괴물은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병기처럼, 고대의 기술과 섬의 생명력이 결합된 존재 같았다.


"녀석의 심장이 뛰는 타이밍을 노려야 한다!"


이순신이 외치며 검에 모든 기운을 집중했다.

그의 검에서 푸른 물기둥이 폭풍처럼 휘몰아쳤고, 괴물의 거대한 몸통에 깊은 흠집을 남겼다.

괴물은 고통에 찬 포효를 내질렀지만, 이내 상처는 다시 아물어갔다.


'한반도' 팀은 첫 번째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싸움은 이제 막 시작에 불과했다.

'검은 바위 섬'의 '심장'은 그들이 상대했던 어떤 적보다도 압도적이었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그들은 전략을 다시 짜야만 했다.

고대의 속삭임은 단순한 파괴가 아닌, 그 너머의 숨겨진 진실을 감추고 있는 듯했다.

과연 세 영웅은 이 괴물의 정체를 밝히고, 섬을 파괴하려는 '검은 안개'의 최종 목표를 저지할 수 있을까?

그들의 과거와 현재가 얽힌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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