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4. 파동의 틈

- 반격의 서막

by 만을고옴

'검은 바위 섬'의 심장이 완전히 각성하자, 그곳은 더 이상 평범한 섬이 아니었다.

찢어질 듯한 괴물의 포효는 대기를 갈랐고, 붉게 빛나는 탁한 에너지가 맥동할 때마다 땅과 바위가 공명하며 세 영웅을 덮쳤다.

흙과 바위, 고대 나무뿌리가 뒤엉킨 거대한 형상은 재생을 거듭하며 모든 공격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이런 젠장, 끝이 없어!"


임꺽정은 괴물의 촉수 공격을 철퇴로 막아내며 이를 갈았다.

수없이 날아드는 바위와 뿌리들 앞에서 그의 힘도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그의 뇌리엔 과거 아무리 휘둘러도 부서지지 않던 억압의 쇠사슬이 섬광처럼 스쳤다.


'그래, 이렇게 거대하고 단단한 놈은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미치게 하지.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난 혼자가 아니다.'


그의 눈빛에 번뜩이는 투지가 불길처럼 타올랐다.

홍길동은 괴물에게서 거리를 둔 채 정신없이 탐지기를 조작했다.

그의 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형은 여전히 왜곡되었지만, 전에 그가 포착했던 불규칙한 에너지 맥동에 집중했다.


"대장님, 녀석의 에너지 파동 주기가 있어요! 약 7초 간격으로 최대치에 도달했다가 1초 정도 안정화됩니다! 그때가 기회일지도 몰라요!"


그의 눈빛은 지식에 대한 순수한 탐구욕으로 번뜩였다.

마치 어린 시절, 아무도 풀지 못했던 난해한 고문서를 밤새도록 파고들었던 그때처럼 눈빛이 예리했다.


'결국 모든 존재는 법칙을 따른다. 거대할수록 취약점은 명확해지는 법.'


그는 곧장 자신의 신체 리듬을 괴물의 파동 주기에 동기화시키기 시작했다.

이순신은 홍길동의 보고를 듣자마자 괴물의 공격을 분석하던 시선을 에너지 맥동으로 돌렸다.

7초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틈을 이용할 수 있다면 승산이 있었다.

그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예리한 순간의 판단, 즉 예측할 수 없는 전장의 변수 속에서 승리의 실마리를 찾아내던 순간들이 교차했다.


'적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승리다.'


그는 고대에 쓰여진 전투 서적에 묘사된 '심장을 노려라'는 문구를 떠올렸다.


섬의 '심장'.

그리고 그 맥동.

그는 옆에 쓰러져 정신을 잃었던 '검은 안개' 리더의 로브를 거칠게 움켜잡고 흔들었다.


"네놈들의 목적이 무엇이야! 저것의 약점은! 고대의 힘을 너희 멋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거라!"


이순신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 리더는 간신히 눈을 떴다.

그의 눈은 광기 어린 섬뜩함으로 번뜩였다.


"크크... 어리석은... 신의 재림... 심장의... 의지... 고대는... 피를... 원한다..."


리더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고, 그의 입가에는 거품이 맺혔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피'라는 단어에 이순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그의 눈은 괴물의 붉고 탁한 에너지에 꽂혔다.


"홍길동! 다음 맥동 주기에서 가장 안정화되는 틈을 잡아라! 그때 녀석의 심장부에 가장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임꺽정! 나를 호위하고, 모든 잔챙이들을 막아라! 내가 길을 연다!"


이순신의 눈빛이 괴물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

임꺽정은 다시 한번 괴물을 향해 돌진했다.


"좋아! 이번엔 제대로 갈겨주마!"


그의 철퇴가 땅을 찍자 거대한 균열이 생겼고, 솟아오르던 바위 촉수들이 박살 났다.

그는 거대한 몸으로 이순신 앞을 막아서며 괴물의 잔여 공격들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검은 안개'의 추종자들은 거의 제압된 상태였지만, 임꺽정은 혹시 모를 변수까지 완벽하게 차단하며 이순신이 집중할 수 있도록 완벽한 방패막이 되었다.

홍길동은 침투정에서 발견한 고출력 증폭 장치를 들고 절벽 위로 날아오른다.

녀석의 파동 주기를 정확히 계산하며, 그는 증폭 장치를 조준했다.


"대장님! 다음 주기는 5, 4, 3, 2, 1... 지금입니다!"


그의 외침과 동시에 괴물의 붉은 맥동이 순간적으로 잦아들며 녀석의 몸체 가장 깊숙한 곳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였다.

바로 그 순간, 이순신은 검에 모든 물의 기운을 끌어모아 맹렬하게 돌격했다.

그의 검은 마치 불꽃처럼 물기둥이 타올랐고, 섬의 안개를 꿰뚫으며 괴물의 거대한 몸체에 파고들었다.

녀석의 껍질은 단단했지만, 이순신의 검의 물기둥의 날렵한 끝은 정확히 맥동의 틈을 노렸기에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크아아아악!"


괴물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이순신의 물기둥의 끝으로 깊게 상처입힌 곳에서 섬뜩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섬의 바위들이 격렬하게 요동쳤고, 공중으로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들이 무작위로 추락했다.

마치 상처 입은 거대한 짐승이 발악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시적인 기회일 뿐이었다.

괴물의 상처는 다시금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고, 붉은 피는 주변 바위를 검게 물들이며 괴물에게 더 큰 힘을 공급하는 듯했다.

이순신은 겨우 검을 빼냈지만, 괴물은 더욱 맹렬하게 이순신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틈을 노려, 어둠 속에서 예상치 못한 그림자 하나가 홍길동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들은 '검은 안개'의 주력이 아니었다.

어쩌면 '검은 안개' 리더가 말했던 '신' 또는 '주술'의 진짜 실체일지도 몰랐다.

과연 '한반도' 팀은 상상 초월의 재생력을 가진 '심장'을 완전히 멈출 수 있을지 아직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오는 존재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들의 싸움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었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13화13. 깨어난 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