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어난 영혼의 불꽃
‘검은 바위 섬’ 전체를 뒤흔드는 진동 속에서, 이순신은 온몸의 기운을 검에 실어 ‘심장’의 동맥과도 같은 부위에 봉인의 기운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물의 기운은 ‘심장’이 뿜어내는 붉은 에너지를 감싸고 조이기 시작했지만, 괴물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했다.
봉인이 깊어질수록 ‘심장’은 더욱 격렬하게 요동치며, 섬의 모든 바위와 뿌리, 그리고 검은 안개를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이순신의 얼굴에는 핏줄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고, 입술은 바싹 말라붙었다.
'조금만 더... 이 거대한 흐름을 묶어내야 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잊혀진 고대 문헌의 한 구절이 스쳤다.
'흐름을 거스르려 하지 마라. 그 흐름을 읽고, 그 안에 또 다른 흐름을 심어라.'
“크아아아악!”
임꺽정은 괴물이 휘두른 거대한 뿌리에 정통으로 맞아 비틀거렸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에 폐부가 울리고 숨이 턱 막혔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그의 발은 이미 부러졌는지 감각조차 없었다.
이순신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마치 폭풍우 속에서 홀로 돛대를 붙잡고 있는 선장처럼, 이순신은 그의 전부를 걸고 있었다.
'아직 끝이 아냐... 아직 막아낼 수 있어! 내가 쓰러지면... 누가 대장을 지키고, 누가 이 땅의 주민들을 지킬 것인가!'
그의 눈동자에는 지켜야 할 것들의 형상이 일렁였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지 않고 보듬어 주었던 스승의 얼굴, 주민들이 자신에게 보내던 작은 미소... 임꺽정은 모든 고통을 짓밟고 다시 일어섰다.
그의 거대한 철퇴가 땅을 찍고 솟아나는 괴물의 촉수를 막아냈다.
그는 이순신의 마지막 방패가 되어 자신에게 향하는 모든 공격을 흡수했다.
한편, 홍길동은 검은 그림자에 의해 정신이 분열되는 고통과 싸우고 있었다.
그림자는 그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어 가장 깊은 불안과 혼돈을 불러일으켰다.
‘자유… 너에게 주어진 자유는 고통이었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속하지 못하는… 고독… 너의 지식은 오만이며, 너의 자유는 도피일 뿐!’
그림자의 속삭임은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맹렬히 파고들었다.
마치 수많은 길이 교차하는 미로 속에서, 모든 출구가 막혀버린 악몽처럼. 그의 첨단 탐지기는 이미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 순간, 홍길동의 뇌리에 번뜩이는 섬광이 스쳤다.
'그래, 내가 얻은 것은 고독이 아니다. 고독은 자유가 가져다준 또 다른 형태의 이해였다. 이 길을 이해하면, 미로의 출구는 보이는 법.'
그는 그림자를 향해 자신의 정신을 개방했다.
모든 것을 흡수하려 달려드는 그림자를 향해,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 그리고 고독 속에서 얻어낸 통찰력을 역으로 펼쳐냈다.
그림자는 일순간 당황한 듯 흐트러졌고, 홍길동의 눈은 섬의 에너지 흐름 속에서 섬광처럼 빛나는 ‘핵심 제어 지점’을 포착했다.
그곳은 봉인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한 끗, '심장'의 균형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고리였다.
“대장님! 괴물의 내부에서 에너지 흐름이 폭주하는 곳! 그곳이 균형의 마지막 열쇠입니다!”
홍길동은 온 정신력을 집중하여, 멀리 떨어져 봉인에 집중하고 있는 이순신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그의 목소리는 정신 속에서 울리는 그림자의 왜곡과 섬의 굉음 속에서도 희미하게나마 이순신의 의식에 가닿았다.
이순신은 홍길동의 메시지를 받자마자, 검을 쥔 손에 남은 모든 힘과 정신력을 집중했다.
‘심장’의 에너지 흐름 속에 나타난 일순간의 균열, 흐름의 뒤틀림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 기운은 이제 차가운 얼음처럼 응축되며, 그 균열 속으로 꿰뚫어 들어가 봉인의 매듭을 짓기 시작했다.
“봉인! 완료!”
이순신의 외침과 함께, ‘심장’을 뒤덮던 붉은 에너지가 삽시간에 사그라들었다.
‘검은 바위 섬’을 뒤흔들던 굉음도 멈췄고, 섬을 뒤덮었던 검은 안개도 걷히기 시작했다.
거대하게 꿈틀거리던 괴물의 몸체는 서서히 그 형태를 잃고, 섬의 깊은 바위틈 속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모든 것이 일순간 정지했다.
섬 전체에는 싸늘하고 무거운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이순신은 겨우 검을 짚고 버텼다.
그의 몸에서는 모든 힘이 빠져나가 주저앉을 뻔했지만,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임꺽정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바위에 기대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홍길동은 그림자의 잔재에 잠시 괴로워했지만, 곧 다시 선명해진 의식으로 주변을 살폈다.
승리였다.
그러나 그들의 승리는 결코 완전하지 않았다.
‘검은 안개’ 리더는 이 상황을 지켜보며 섬뜩하게 웃고 있었다.
“하하하! 봉인이라… 고작 그 정도냐? 어리석은 인간들! 겨우 흐름을 막았을 뿐, 그 심장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새로운 씨앗은 이미 뿌려졌으니…”
그의 말은 봉인이 단순한 휴지기일 뿐이라는 섬뜩한 암시를 남겼다.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그림자처럼 스러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검은 바위 섬’은 고요해졌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알 수 없는 불안과 더 큰 위협의 씨앗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들은 ‘심장’을 봉인했지만, ‘검은 안개’의 진정한 목적과 다음 행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한반도' 팀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다음 그림자와의 대결을 준비해야 했다.
이제 그들의 싸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