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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짝사랑 11화

제11화. 흔들림 없는 선택

- 그리고 깊어지는 오해

by 만을고옴

김사랑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엄친아'의 이름은 그녀의 마음을 잠시 흔들었다. 과거의 습관처럼,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와의 만남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나오직에게로 향해 있었다.

더 이상 껍데기뿐인 이상형을 쫓아다니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미안해. 나 이제 다른 사람 만나고 있어."


김사랑은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

순아름은 김사랑의 결단에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안아주었다.


"잘했어, 사랑아! 드디어 네가 진짜 행복을 찾으려는구나!"


김사랑은 순아름의 격려에 힘입어 나오직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기로 더욱 굳게 다짐했다.

그녀는 나오직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그의 일상에 스며들어 작은 행복을 선물하고 싶었다.

나오직이 좋아하는 커피를 사다 주거나, 그가 즐겨 읽는 책을 빌려주거나, 그의 전공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녀의 행동은 이제 더 이상 쑥스러움이나 어색함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배려였다.

나오직은 김사랑의 변화를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예전처럼 도도하고 차갑지 않았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따뜻함이 묻어났다.

자신을 향한 그녀의 작은 관심 하나하나가 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불안했다.


'이게 꿈은 아닐까? 또다시 나 혼자 착각하는 건 아닐까?'


수없이 반복된 실망과 상처는 그의 마음속에 깊은 불신을 남겼다.

그는 김사랑의 변화를 믿고 싶었지만, 쉽사리 마음을 열 수 없었다.

오지랖은 나오직의 그런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야, 나오직! 김사랑이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아직도 못 믿는 거야? 너 그러다 진짜 놓친다!"


나오직은 한숨을 쉬었다.


"내가 어떻게 믿어? 그동안 김사랑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변하니까 더 불안해. 혹시 나한테 뭘 바라는 게 있는 건 아닐까?"


오지랖은 나오직의 어깨를 툭 쳤다.


"야, 김사랑이 너한테 뭘 바라겠냐? 걔가 너한테 바라는 건 딱 하나야. 네 마음! 네가 그동안 걔한테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걔도 이제 알게 된 거라고. 그러니까 이제 네가 용기를 낼 차례야."


나오직은 오지랖의 말에 고민에 빠졌다.

그는 김사랑의 변화를 믿고 싶었지만, 과거의 상처가 너무 깊었다.

그는 김사랑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느 날, 학교 축제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나오직은 컴퓨터정보과 부스에서 사용할 게임 프로그램을 최종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 김사랑이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나오직, 혹시 내가 도와줄 일 없어? 나도 뭐라도 하고 싶은데."


김사랑의 적극적인 모습에 나오직은 살짝 놀랐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김사랑의 진심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음… 그럼, 저기 창고에 있는 박스 좀 옮겨줄 수 있을까? 좀 무거울 텐데…"


나오직이 가리킨 곳에는 꽤나 큰 박스들이 쌓여 있었다.

김사랑은 망설임 없이 박스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박스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녀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나오직은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역시…' 하고 생각하려는 찰나, 김사랑은 이를 악물고 박스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비틀거리면서도 박스를 옮기기 시작했다.

나오직은 김사랑의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했다.

그는 그녀가 힘들면 바로 포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묵묵히 박스를 옮기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조금씩 열리는 듯했다.


"사랑아,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나오직은 황급히 달려가 김사랑이 들고 있던 박스를 받아 들었다.

김사랑은 숨을 헐떡이며 웃었다.


"괜찮아. 나도 이제 너한테 도움이 되고 싶었어."


그녀의 진심 어린 말에 나오직의 마음은 흔들렸다.

그는 그녀의 눈빛에서 진심을 보았다.

하지만 그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박스를 옮기던 나오직의 발이 꼬이면서 휘청거렸고, 그 순간 김사랑이 넘어지려는 나오직을 붙잡으려다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둘은 서로의 품에 안긴 채 바닥에 쓰러졌다.

나오직은 김사랑의 얼굴을 마주한 채 얼어붙었다.

그녀의 눈빛은 당황스러움과 함께 묘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너무나도 가까웠고, 서로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나오직은 김사랑의 진심을 의심했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믿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때,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몇몇 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야, 김사랑이랑 나오직 봐라. 둘이 사귀는 건가?"


"김사랑, 나오직한테 넘어갔네."


김사랑은 주변의 시선에 당황하며 나오직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

나오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믿기로 했지만, 아직 그녀가 자신과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들의 관계는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알렸지만, 동시에 또 다른 오해와 시선 속에서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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