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엇갈린 신호
김사랑은 나오직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결심했지만,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동안 자신이 그에게 얼마나 무심하고 이기적이었는지 생각하면 미안함에 고개가 숙여졌다.
그녀는 나오직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겼고, 그의 진심을 외면했다.
이제 와서 갑자기 마음이 변했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진심으로 받아들여질까? 그녀는 두려웠다.
"사랑아, 너무 걱정하지 마. 나오직은 네 진심을 알아줄 거야. 걔가 얼마나 너를 좋아했는데."
순아름이 김사랑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못되게 굴었잖아. 걔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해?"
김사랑은 불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싫어할 리가! 나오직이 어떤 앤데. 그냥 네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줘. 그럼 돼."
순아름의 격려에 김사랑은 용기를 얻었다.
그녀는 나오직에게 자신의 변한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작은 노력들을 시작했다.
평소 나오직이 자신에게 해주던 것처럼, 그를 먼저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나오직이 과제 때문에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남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사랑은 망설임 없이 편의점으로 향했다.
따뜻한 커피와 그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사 들고 연구실로 찾아갔다.
연구실 문을 열자, 나오직은 헝클어진 머리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
"나오직, 아직도 안 갔어? 이거 마시면서 해."
김사랑은 따뜻한 커피를 그의 책상에 놓았다.
나오직은 놀란 눈으로 김사랑을 올려다봤다.
"사랑아? 네가 여긴 왜…?"
"그냥… 너 아직 안 갔다고 해서. 힘내라고."
김사랑은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나오직은 김사랑이 건넨 커피를 받아 들었다.
따뜻한 온기가 그의 손에 전해졌다.
그는 김사랑의 작은 변화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기대를 했다가 실망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는 쉽사리 희망을 품지 않으려 애썼다.
'그냥 친구로서 걱정해주는 거겠지…'
그는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김사랑은 나오직의 그런 반응에 살짝 실망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음 날, 나오직이 좋아하는 반찬을 직접 만들어 도시락을 싸왔다.
점심시간에 오지랖과 순아름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김사랑은 나오직에게 도시락을 건넸다.
"나오직, 이거… 내가 만든 건데. 너 좋아하는 반찬 몇 가지 넣어봤어."
나오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사랑이 자신에게 도시락을 싸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지랖과 순아름은 눈치껏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와, 사랑아! 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나오직, 너 진짜 복 받았다!"
오지랖이 너스레를 떨었다.
나오직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도시락을 받아 들었다.
그는 김사랑의 진심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혼란스러웠다.
'혹시 나에게 뭘 부탁하려는 건가? 아니면… 그냥 친구로서의 호의인가?'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김사랑은 나오직의 그런 반응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더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용기 있는 한 걸음은 나오직에게 닿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과거의 상처와 의심이 남아 있었다.
그날 저녁, 김사랑은 순아름에게 하소연했다.
"아름아, 나오직이 내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 내가 뭘 더 해야 할까?"
순아름은 김사랑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사랑아, 나오직은 그동안 너한테 너무 많이 상처받았어. 네가 갑자기 변한 모습을 보이니까 혼란스러운 걸 거야. 네 진심을 보여주려면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어쩌면 네가 직접 말해주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어."
김사랑은 순아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말로 자신의 마음을 전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때, 김사랑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그녀가 예전에 미팅에서 만났던, 소위 '엄친아'라고 불리던 남자였다.
그는 김사랑에게 다시 한번 만나자고 제안했다.
김사랑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나오직에게로 향했지만, 과거의 습관처럼 그녀는 또다시 엇갈린 신호 속에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과연 김사랑은 이 유혹을 뿌리치고 나오직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