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변화의 속삭임
난 이제 숲속에서 소문난 '마늘 박사'가 되어 있었다.
아니, 박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마늘이라면 어떻게 먹어야 제일 맛있는지, 그리고 먹을 때마다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곰이 되었다.
햇볕에 말린 마늘은 쫀득하니 간식으로 딱이었고, 운 좋게 캠핑족 불씨를 발견하면 조심스럽게 구워 먹는 건 그야말로 특별식이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마늘은 곰을 행복하게 만들었으니까.
"크흐~ 이 맛이지!"
나는 쫀득한 마늘을 씹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몸의 변화는 여전히 신기했다.
처음에는 그저 털이 좀 덜 간지러운가, 아니면 앞발로 땅을 딛는 게 조금 어색해졌나 싶었는데, 이제는 훨씬 미묘하고 다양한 변화들이 느껴졌다.
우선, 후각이 예전 같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뛰어난 후각이었지만, 이전처럼 모든 냄새를 날카롭게 구분하기보다는 특정 냄새에 더 예민해지는 느낌이랄까.
특히 숲속 친구들이 가져온 맛있는 열매 냄새나, 저 멀리 인간들이 놓고 간 음식 냄새를 맡으면 예전보다 훨씬 더 식욕이 당겼다. 단순히 배고픔이 아니라,
'아, 이건 정말 맛있겠다!'
라는 구체적인 생각이 드는 게 신기했다.
시력도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밤눈은 여전히 밝았지만, 낮에 멀리 있는 작은 글씨나 그림 같은 게 이전보다 또렷하게 보이는 느낌이랄까?
가끔 캠핑족들이 두고 간 신문이나 책을 보면 온통 알 수 없는 그림과 이상한 기호들뿐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기호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아직 그게 뭘 의미하는지는 몰랐지만, 뭔가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을 거라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몸의 움직임이었다.
네 발로 걷는 게 편하긴 했지만, 자꾸만 두 발로 서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처음에는 몇 걸음 비틀거리고 넘어지기 일쑤였지만,
마늘을 꾸준히 먹을수록 다리에 힘이 붙고 균형 잡는 게 쉬워졌다.
두 발로 서서 세상을 보니 훨씬 더 넓은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풀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것도 다 보이고,
저 멀리 인간들이 사는 마을의 지붕들도 어렴풋이 보였다.
"음... 신기하네."
두 발로 서서 나의 앞발을 쳐다보았다.
투박하고 털이 복슬복슬했던 앞발은 이제 털이 많이 줄어들고 다섯 개의 손가락이 더 선명해졌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려보니 나뭇가지나 돌멩이를 잡는 게 훨씬 편해졌다.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돌멩이를 던져보기도 했다.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들이었다.
어느 날, 곰은 숲속 친구들에게 자신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흥! 내가 말이야, 마늘을 먹을 때마다 몸이 자꾸 변하는 것 같아. 두 발로 서는 것도 편해지고, 손으로 뭘 잡는 것도 쉬워지고!"
다람쥐는 도토리를 까먹으며 말했다.
"치~~, 곰 너 마늘 중독된 거 아니야? 그냥 편하게 네 발로 뛰어다니지 그래."
토끼는 귀를 쫑긋 세우며 말했다.
"나는 풀만 먹어도 배부른데... 마늘은 너무 매워."
부엉이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그래, 곰아. 불에 익히거나 햇볕에 말리면 마늘의 기운이 부드러워지면서 다른 효과를 내는 모양이구나. 네 몸이 그 기운을 받아들이면서 달라지는 걸 게야. 사람이 되고 싶은 네 간절한 소망이 마늘의 기운과 만나서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지도 모르지."
부엉이 아저씨의 말에 난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 맞아!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단순히 편리해지는 것 이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것이 바로 환웅이 말했던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더욱 열심히 마늘을 찾아 먹었다.
햇볕에 말리고, 조심스럽게 구워 먹고, 때로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냇가에 씻어 먹어보기도 하고, 부드러운 잎에 싸서 먹어보기도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몸의 변화는 계속되었고, 난 점점 더 '사람'의 형태와 습성에 익숙해져 갔다.
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100일이 다가오는 시점에,
나의 모습은 처음 마늘을 먹기 시작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두 발로 걷는 게 네 발로 걷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웠고, 손으로 섬세한 움직임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털은 거의 다 빠져 부드러운 피부가 드러났고, 얼굴의 형태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여전히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숲속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건 편했지만, 인간들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의 언어도, 그들의 생각도 모두 낯설었다.
나의 몸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나의 머리와 마음은 여전히 숲속의 곰에 더 가까웠으니까.
이제 나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사람의 모습에 익숙해지는 것을 넘어, 진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인간들의 세상으로 나아가 그들의 지혜와 문화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동굴 밖으로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느꼈던 설렘과 두려움이 다시금 밀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기심과 모험심이 더 컸다.
마늘로 변화를 시작한 나의 여정은 이제 숲을 넘어 넓은 인간 세상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