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비 따로 드릴게요.
어제도 글을 연재하느라 또 자정을 넘어서 글을 마쳤다.
늘 그러다 보면 새벽 한 시나 두 시에 잠을 청하게 된다.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자르라는 옛말이 있다.
그 말처럼, 매일 각 카테고리의 글을 연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독자들과의 약속이기도 하고,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글이 술술 잘 써지고, 잘 안 써지고의 문제는 아니다.
그냥 내 안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거다.
거창하게 우아한 단어를 쓰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며,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 시간이 그래도 나에겐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아무튼 난, 어제도 늦게 잤다.
오늘은 토요일,
'어제 늦게 잤으니 좀 쉴까~~?? '
이런 안일한 생각이 나를 옭아맨다.
하지만, 난 한 가정을 지키는 가장이다.
한 푼이라도 아쉽다.
아침 6시 40분, 핸드폰 화물배송 어플에서 콜이 하나 뜬다.
오더 내용은 촬영장비 배송, 상차지 거리는 20km, 상차시간 아침 7시 30분, 배송비용은 5만 원 정도...
나는 눈을 비비며 바로 수락해 버린다.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충 양차질을 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는다.
늦을까 현관문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세워둔 나의 애마 화물차로 몸을 옮겼다.
상차지에 도착하고, 촬영장비를 모두 싣고, 하차지로 간다음, 다시 실었던 촬영 장비를 다 내린다.
그리고 상황을 살피다가 화주에게 부탁의 말을 한다.
"촬영 끝나고 철거하실 때, 그 가격에 해드릴 테니 다이렉트로 연락 주세요~!!"
연락 오면 좋은 거고, 안 와도 별 상관은 없다.
내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다면 연락이 올 것이고, 맘에 안 들었다면 연락은 안 올 것이다.
부탁의 말을 했지만, 그렇게 연연할 필요까지는 없다. 어차피 일은 계속 있을 것이기에...
두 번째, 콜을 잡고 또 상차하고 하차지로 이동한다.
하차지로 거의 도착할 때 즈음, 하차지 근방에서 콜이 울리고, 일단 콜을 잡고 확인한다.
두 번째 화물을 하차지에 무사히 내려놓은 후, 세 번째 잡은 상차지로 바로 향한다.
두 번째 하차지에서 불과 10분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다.
바로 상차하고, 또 하차지로 이동하고, 하차지 즈음에서 또 바로 콜을 잡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었나?
내 머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내 검지 손가락은 먼저 반응하며 수락 버튼을 누른다.
오늘 하루 계속 이렇게 화물 운송을 하다 보니 정오가 지나갔고,
용달화물 3년 차 선배인 친구가 넘겨준 화물오더를 해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졌다.
내 친구는 왠만하면 토요일에 일하지 않는다.
토요일은 자기의 딸을 보살펴야 한다고.
그래서 개별적으로 들어온 오더를 나에게 양보한 것이다.
오더 내용은 상차지 5시에 도시락 100개를 싣고, 6시까지 배송하는 것이고, 비용은 착불이다.
이 오더의 바로 전 배송도 피자 50만 원 상당의 양을 배송하는 것이었다.
하차 지는 한강공원이었다.
맑은 하늘 아래 푸르른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난 이 풍경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생각이 들었다.
피자 배송을 마치니 오후 4시가 되었다.
내비게이션으로 상차지까지의 시간을 재보니 45분이 걸린단다.
그래서 상차지로 바로 출발했다.
출발하고 15분이 조금 지났을까? 상차지 점주님의 전화다.
"죄송한데 준비가 늦어져서, 10분 정도 지체 될 것 같아요~~"
"괜찮습니다. 지금 출발하긴 했어요. 조금 기다리죠. 모~~"
그리고, 10분이 더 지났을까? 또다시 전화가 왔다.
"화물기사님! 죄송한데 다음 일정이 있으신가요~~?"
"아뇨, 아직 정해진 거 없습니다."
"너무 늦어져서 5시 30분에 상차 할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죠, 혹시 제가 밥을 못 먹어서 그런데, 저한테 햄버거 파세요. 그거 먹으면서 기다릴게요."
"죄송해요. 지금 브레이크 타임이라 어쩔수 없어요. 대신 제가 식사비 드릴테니깐, 다른데서 식사하시고 오세요.!"
"아니 제가 사서 먹으면 되는데.."
"아니에요."
"그럼 이따가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상차지로 향했다.
상차지 앞에 차를 세우고, 상차지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100인분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는 점주분,직원분들이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분주해 있었다.
젊은 점주분께서 식사하고 오라고 2만 원을 주신다.
난 극구 거절했지만, 끝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점주님의 따듯한 맘이 서려있는 돈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앞의 분식점으로 가서, 빨리 먹을 수 있는 라면과 김밥을 시켰다.
오늘 처음으로 먹는 소중한 양식이었다.
라면과 김밥의 콜라보레이션은 나의 혼미하고 멍했던 정신도 뚜렷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시간만큼은 나의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몇 시간 만에 먹는 음식이라, 없던 맛도 되살아날것같은, 한잔의 물도 어떠한 음료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어찌해서 얻게 된 브레이크 타임은, 조금 지쳐있던 나를 다시 재충전해주었다.
정신없이 배달하다가 브레이크 타임을 맛보게 해 주신 점주분에게 감사를 표한다.
어느 정도 요기를 한 다음, 음식점에 들어와 보니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점주님과 직원분들은 분주하고 바빴다.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기에는 모하고 해서, 도시락을 담는 박스를 접고, 바닥 테이프 마감처리를 내가 한다고 자원했다.
박스 바닥에 테이프 마감만 하는데도 머리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음식준비가 마무리 되었고, 5시 30분보다 10분 더 지체되어 모든 도시락을 상차 했다.
"잘 무사히 배송하겠습니다."
"잠깐 만이요, 음료수 하나 드릴게요"
점주님께서 시원한 음료수 캔을 건네주신다.
아직도 이렇게 좋은 분들이 우리 주위엔 너무나 많다.
이런 분들을 위해 꼭 조심운전해서 빠르게 정확하게 배송을 해드려야 한다.
무사히 하차지에 도착한 후 어렵게 포장했던 도시락을 모두 하차했다.
착불 비용으로 신용카드결제라 스마트폰에 설치한 신용카드결제 어플을 용달화물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사용해 봤다.
결제되어 생성된 영수증을 고객님에게 문자로 송부한다.
세상 참 좋은 시절이다.
하차지의 고객님도 배송 서비스에 만족하셨는지, 미소진 얼굴로 고생했고, 감사하다고 인사하신다.
저렇게 따스한 고객님들을 만날 때면, 오늘 하루도 정말 운수 좋은 날이다.
그 후에도 2~3개의 오더를 더 수행하고 나서, 시곗바늘을 보니 9시 30분을 가리킨다.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 하고, 집으로 향한다.
매출은 다른 때 보다도 더 좋았다.
100인분 도시락을 준비하던 분들의 분주함 같이, 오늘의 나도 참 분주했다.
난 항상 화물선배인 친구에게 회사일이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투정부린다.
그럴 때마다 친구는
" 넌 회사에서 똑같은 임금 받고 일하니 지루하겠지, 난 수입이 고르지 않아 항상 쫄깃쫄깃(그때의 매출 상황이 다르니)하고 재밌다."
라고 말한다.
때때로 은근슬쩍 친구 말을 무시하곤 했지만, 그 말만큼은 같이 동조해 주고 싶다.
분주할 만큼 일이 많아도, 밥 먹을 시간 찾기 어려운 화물 배송...
오늘도 화물주가 요청한 시간을 위해, 꽉 막힌 위험한 도로에서 종종 곡예운전을 행사한다.
「 쫄깃쫄깃하고 재미있다 」
친구가 웃으면서 그냥 하는 말 치고는, 그 말에 여러 뜻이 내포되어 있는 듯 하다.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조금 씁쓸할 뿐이다.
우리에게도 분명 "브레이크 타임" 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