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세상에 대한 이해
오늘은 하나원으로의 이동이 있는 날이다.
북녘땅에서 도망쳐 나와 같이 조사를 받았던 탈북자들과 같이 하나원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탔다.
아직도 긴장감은 흐르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버스 창문으로 비쳐오는 따스한 햇볕은 나의 맘과 몸을 나른하게 했다.
하늘은 푸르고, 나뭇잎들은 햇빛에 반사되어 초록바람에 살랑살랑거렸다.
한없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같이 이동 중인 탈북자 분들도 얼굴엔 화색이 돌았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또 하나원에서 적응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곰이었던 나에게는 좀 이해가 되진 않는다.
이 땅에 태어났으면, 그냥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배워야 할 것이 모 이리 많은 건지...
인간사회가 그만큼 만만한 곳이 아니리라~
버스는 열심히 달려 하나원에 무사히 도착했다.
하나원에는 우리뿐만이 아닌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같이 온 사람 중에 한 분이 말을 한다.
"우리만 탈북한 게 아니구나야~ !!"
우리는 그 무리에 섞여 행과 열을 맞추어 줄을 선다.
그리고 앞의 강당에서 한분이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을 한다.
"여러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하나원장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조국 대한민국에 무사히 도착하신 거에 대해 축하의 말과 함께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을 이제 하나원에서 고향에서 받았던 주체사상과 사회주의는 버리시고, 지유민주주의의 자본사회에 대해 교육을 받으실 저고요, 대한민국에서 정착하실 때 필요한 직업 교육이라던가, 그에 필요한 것들을 교육받으실 겁니다. 하나원에서 6개월 동안 머무시면서 교육 잘 받으시길 바라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하나원장님의 말씀이 끝나고, 바로 보급품들을 나눠 가졌다.
보급품으로는 속옷과 생활하면서 입을 옷가지랑, 화장지등의 생필품 들이었다.
보급품들이 각자 교육생에게 다 돌아간 다음엔, 식당으로 이동 후 식사를 하였다.
식판에 담긴 음식들은 인간사회에 살아가도 될 동기가 될 만큼 너무 맛있었다.
인간이 되기로 맘먹은걸, 잘한 거 같다.
그런데 궁금한 게 저 북녘땅에서 내려온 것뿐인데, 우리는 왜 또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의아했다.
난 같이 넘어온 바로 내 옆 한분에게 말을 걸었다.
"거기 형이라 불러도 돼요?"
"웅, 모 상관없지, 그렇게 부르시오"
"형! 같은 한반도인데 북녘땅이랑 이 남녘땅이랑 왜 이렇게 조사만 하는 거죠?"
"옛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 이념의 차이로 북과 남이 갈라섰지, 북조선, 남조선 이렇게 갈라진 지 얼마 안 되어서 전쟁도 치렀단 말이지, 남조선이 북조선을 침략한 거야, 그 후로 두 조선은 원수가 되었어, 서로 다른 길로 간 거디."
나는 같은 민족끼리 싸운다는 말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형은 나라의 배급제가 끝켜, 중국 상인과 밀거래로 장만한 물건을 장마당에서 팔다가 걸렸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통해서 다행히 남한까지 무사히 오게 됐다고, 그리고 마지막 말엔 내가 무지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이름은 '김거래'라고 했다.
'거래'형이 나에게 고맙다고 말을 해주었지만, 그렇게 내게 이야기해 준 '거래'형이 나도 또한 고마웠다.
난 그 형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바로 역사교육이 이루어졌다.
배속도 차고, 긴장감이 풀리니 바로 식곤증이 몰려온다.
강당에 모인 탈북자들과 우리는, 앞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오늘은 일제 강점기부터 북조선과 남조선의 과정을 이야기해 주신단다.
난 식곤증을 이겨내면서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인간세상이 참 이상하고 어려운 사회란 걸 다시 한번 되새겼다.
처음부터 그 이야기를 듣던 탈북자 분들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당황해했다.
"후라이치지 마시라요~~!"
하지만,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다들 무언 속에서 인정하고 있었다.
다만, 자기가 살아온 너 북녘 정부의 거짓말에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거래형도 한마디 한다.
"이 나쁜 새끼들, 6.25 전쟁도 김일성이 침략한 거 아니니~! 그걸 우리에게 반대로 알려주고 말이디. 다 모든 게 거짓말 아니니~!! 우리도 무식하게 그런 거짓말들을 계속 믿고 살아왔으니 분통이 터진다."
말이 끝나고 거래형의 모습을 보니 저 북녘땅의 지도자에 대한 분노가 가득해 보였다.
교육을 받고 한반도에 사는 인간 사회에 대해, 그리고 남한 북한에 처해진 상황 등, 북한에서 조사받고 탈출하고, 남한에서 또 이렇게 조사를 받는 이유에 대하여 사뭇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인간사회에 얽히고설킨 관계등이 참 어렵게 느껴진다.
내가 이 인간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리 곰 세계는 그냥 배고프면 먹을 거 찾아 헤매고, 모르는 곰 만날 때면 알아서 비켜갈 때까지 힘 있는 척 몸을 최대한 크게 보이게 하면 됐다.
하지만, 한반도에 정착한 북한과 남한은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슬펐다.
그리고 그 전쟁으로 인해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 이념과 이상이 무엇이기에, 그 고귀한 생명을 이처럼 짓 밝은 것일까?
아직도 그 이념과 이상에 취한 북한의 정신 나간 지도자로 인해서 많은 죄 없는 북한주민이 죽임을 당한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인간의 내면의 잔혹함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난 글을 몰랐으나, 하나원에서 한글을 터득했다.
글을 배우기 시작하니 금방 익히게 되었고, 그리 어렵지 않았다.
동화책 같은 것들은 쉽게 한 권 뚝딱 읽게 되었고, 동화책의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이렇게 쉬운 글이 어떻게 탄생했을까?
궁금해서 거래형에게 물어보았다.
"형 한글은 누가 만들었어요?"
"어 김일성이가 만들었디!"
"네~?, 에이 그럼 김일성이가 만들었으면, 남한이 한글을 왜 써요?"
"어, 그래 생각해 보니깐 진짜 그러네!! 하도 저 양반 후리아를 쳐놔서 못 믿긴 하디~, 한번 선생님께 물어보자!"
궁금했던 난, 하나원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일제강점기 훨씬 이전의 조선시대에 세종대왕이 노비 할 것 없이 모든 백성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쉬운 글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세종대왕이라는 지도자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곰이었던 내가 인간사에 들어와 글을 읽고 쓸 수 있고, 내 생각을 남한테 글로 전달한다는 자체가 너무나 신기했다.
정말 글은 나에게 있어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곰은 단독 생활을 하는데, 인간 사회는 무리 생활을 하며 그중에 대표를 세운다는 것.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참 재미있는 인간 세상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