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피아노 앞에 앉아
‘라’음을 누르곤 했다.
‘라’음만으로도 충분했다.
길고 아름다운 선율이 필요하지 않았다.
‘라’ 음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음악이 되었다.
라 음이 울려 퍼질 때
내 안 깊숙한 곳에 웅크린 슬픔과 화음을 이루며
나는 음악이 되는 것 같았다
나의 보잘 것 없는 이야기가
무게를 갖고
의미를 누리며
삶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누구에게도 쏟아낼 수 없는 무거운
흘리지 않아도 괜찮은 감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