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방 안, 어느덧 새벽 세 시. 나는 침대에 누워 어둠을 노려보았다. 층층이 쌓인 어둠, 빛없는 방 안의 어둠이라고 해서 어둠의 빛깔이 다 똑같진 않다. 어둠에도 농담이 있으니까. 가장 옅은 어둠은 천장 쪽에, 가장 짙은 어둠은 역시 바닥 쪽이다. 벽은 근묵자흑. 천장 쪽 벽은 어둠이 다소 옅고, 바닥 쪽 벽은 어둠이 다소 짙다.
어둠,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건 언제나 어둠 속에서였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고,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가 남자를 홀려 간을 빼먹고, 남녀가 만나 하룻밤 만에 만리장성을 쌓고, 눈이 시리도록 흰 꿈을 꾸고, 뜨겁게 역적모의를 하고, 귀신이 머리를 빗질하고, 모두 어둠의 깊은 우물에서부터 길어 올려졌다. 천지창조 또한 어둠에서 빛을 만들면서부터 시작되지 않았던가.
불면증이라는 돌연변이가 666 짐승의 표지를 달고 등장한 것도 역시 어둠. 세헤라자데는 아득한 어둠 속에서 천일야화를 해산하고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