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피아노 앞에 앉아
‘라’음을 누르곤 했다.
‘라’음만으로도 충분했다.
길고 아름다운 선율이 필요하지 않았다.
‘라’ 음을 누르는 것만으로도
음악이 되었다.
라 음이 울려 퍼질 때
내 안 깊숙한 곳에 웅크린 슬픔과 화음을 이루며
나는 음악이 되는 것 같았다
나의 보잘 것 없는 이야기가
무게를 갖고
의미를 누리며
삶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누구에게도 쏟아낼 수 없는 무거운
흘리지 않아도 괜찮은 감정의,
우아하게 나이들고 싶은 우와의 브런치/ 광고로 먹고 살던 프리랜서 작가/ 고냥이 한 놈과 동거하는 비혼주의자/삶의 늦은 아침과 점심 그 사이에서 서성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