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라길래키우고 있는 몰티즈정도 생각했다. 홀 손님들의 표정을 살폈다. 작은 공간이라 다 들린다. 그래도 된다는 시그널을웃는 표정이말해주고 있다. 운이 좋은 놈인가 보다
가족들과 함께 입장한 강아지? 는 작지 않았다. 시바견, 정확히 시바이누였다. 진도견과같은 듯 다른 외모...
일본 토종견인 시바(작은) 이누(개)는 본토에서는 소형견으로 구분된다고 한다.갈색과 흰 털이 조화롭게 윤기가 흐른다. 주인의 애정 어린공들임이 느껴진다.곧게 세운 귀와 함께 고개를 갸웃하며 탐색한다.품 안에 쏙 들어오는작은 견종을 선호했던내게는우람하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아우라가 깔린다. 고급지고 멋졌다.오종종 앙증맞지 않아도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첫 대면은 아니다. 일본 아키타 여행 중케이지안의녀석들과 눈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사방이 온통 눈에 덮인 추운 환경임에도 씩씩하고 당당했다.
애견인이지만 홀 입장 불가다. 입장을 허 하는 순간 왕왕!! 이리오너라.. 호령하며 뛰어들어 오거나 감찰하듯 가재눈을 하고는 여기저기 들쑤시고 돌아다닌다. 심지어는 킁킁 냄새를 맡아대다가... 지맘대로 제 소유지로 만들어버리는 놈들도 있다. 얌전히 품에 안겨 있다가도 스쳐가는 누군가에게 으릉대며 심기불편함을 드러낸다.
이런 상황들이 애견인들에게는 가벼운 에피소드로 웃어넘길 수 있다. 그러나 질색팔색하며 놀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애견동반 시엔마당 테이블에서만가능하다고안내한다.
견주말대로 녀석은 아주 순둥이로 보였다.복종심으로장착된시선은 오로지 한 사람... 한 곳에고정되어 있다.
시바이누를 동행한가족의 평안한시간은여유롭게 흘러갔다. 다른 테이블 역시 녀석에게서 관심이 멀어진 지 오래다. 카페 안은 따사롭게 흘러들어 오는 햇빛을 머금은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
뉘엿거리며 해가 서쪽으로 사그라들 즈음 테이블도 하나씩 비어졌다. 어느덧도란거리며 복작대던 손님들이 다빠져나가고이제 시바가족만 남았다.그렇게 조금 더 시간이 흘러갔다.부스럭... 그들도 돌아갈 채비를 하는 것 같았다.나도배웅할 태세를 갖추었다.
녀석도자리에서일어났다.. 두 앞발을 쭈욱 뻗어 구겨있던 몸뚱이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기지개를 켰다.궁둥이를 뒤로 쭉 빼더니 높이 쳐들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고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흐르는 음악과 어우러지듯 꼬리가 살랑댔다.강제당한 잔 골 근육들이 천천히 씰룩거렸다. 견주와 나는 미소를 교환했다. 순조로운 마무리에대한 덕담이 오고 갔다. 아주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쟁반을 수거하고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되었다.
별안간 눈앞의 뿌연 공기층... 몹시도 불편한 기운들...우리의 시선은 동시에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시선이 모인 그곳에는 슬로 무브로 살랑거리던 꼬리는간데없다. 접신이라도 한 냥 마구 흔들어대는 미친궁뎅이가 보였다.
삽시간에 놈의 주변은 물론이고 카페 전체가 털들로 가득 찼다.
한번 시작된 엉덩이 춤은 같은패턴으로 반복됐다.앞두발은 정교하고치밀하게 귀 언저리를 극적극적... 털고 다시 극적 박작... 숨죽이고 있던 조촐한것들까지 솎아냈다. 작고 가는 그것들은 동서남북도깨비바늘이 되어 폴랑거렸다. 머릿속이복잡해졌다. 벌어지고 있는 일과 벌어진 후의 상황들로 내 머릿속은 마구 얽혀버렸다.
혼란스럽고 불쾌한 날림은 홀전체를 뒤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놈에게서 벗어난방종스런 오 센티 남짓한 구분선들의 망나니춤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향연은어수선했고 공기는 더탁해졌다.
정신줄을 놓아 버린 나, 녀석을 제지해 보려는 견주의제지명령..."안돼! 안돼!"
그러나 녀석은 질끈 감고 들은 척을 안 했다.
그렇게 한참을-내 기분은 그랬다-의식은 드디어 끝을 향해 갔다. 한결 개운해진 표정과 함께 삼바춤사위는 막을 내렸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말아갆게초기화된 표정으로명을 받잡겠다며앉아 올려다본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 와중에 귀여움은 무엇? 견주도 어처구니없었는지 황당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내 웃음이 그들에겐 안도의 메시지가 되었는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시바와 가족들이서둘러 떠나가고.. 나는 일시 멈춤 상태가 되었다
다행스럽다면피크시간이 지났다는 것.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발길이 일찍 끊긴다는 것. 그래서 올 분들은 다 다녀가신 것 같다는 것.골목 끝 한적한 곳이라는 지정학적인 조건을 감사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이제부터 내 시간이 왔다. 공기 중어디엔가 숨어 있던 한 오라기의 털이누군가의커피잔에 살포시 내려앉기라도 하면 낭패다.
단모견종은 털이 많이 빠진다. 그중시바이누는하루에 두 번씩 빗질을 해 주어야할 정도로 양이 많다고 한다. 실외에서 키워야 하는 것이다. 미리 알았더라면상황이 달라졌을까?
덕분에 구석구석 얇게 펼쳐져 죽은 듯 숨어 있던 먼지들까지... 의도치 않게 대청소가 되어버렸다. 하다 보니기분이 맑아진다.몇 분 전의 예기치못한불쾌한 노동이 힐링포인트로 바뀌어진 것이다.카티르시스까지동반된다.잡념이 사라지고 오히려 몸이 가벼워졌다. 그동안 내 안에 묵혀있던 낡은 것들까지 싹 정리되는 느낌이다. 불편한 마음을 길게 저장 못 하는 내 성격도 한 몫했다.
다만. 며칠 동안 살피고 흘깃 보고 정면으로 보고 고개를 뉘어가재눈이 되는 부작용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