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약초 농사
유기 인증은 무농약 인증 2~3년을 유기 전환 기간으로 거친 뒤에 매년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00가구의 농가 중에 불과 약 1~2가구만이 유기 인증을 받은 농가인 것입니다. 그러나 제도가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유기 인증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오가닉(organic)이란 말처럼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를 따르는 농법이 아니라 단순히 유기 인증을 받은 농약 및 살충제와 상토, 종자, 모종 등을 활용하는 행위인 경우에는 친환경 인증이 아닌 농가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유기 인증을 받지 않았던 시기에서부터 지금까지 농약방에서 제초제와 살충 및 살균제 등의 농약을 한 번도 구입한 경험이 없습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농산물의 생산량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땅을 생각하고 이를 먹는 누군가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농약은 조금이라도 ‘독’으로 작용한다고 극단적인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몸이 웬만큼 아파도 자연 치유를 믿고 병원에 빈번하게 가거나 약을 자주 복용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사를 오래 짓다 보니 습관적으로 농약을 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사람이 아프면 약을 먹는 것처럼 농산물도 아플 때 농약을 뿌려 건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농약을 살포한 뒤에 잔류 기간을 고려해 출하합니다. 최근에는 농약도 독성 검사를 시행하고 발암 물질 등의 맹독성을 띄는 것은 판매가 금지되는 등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게 된 농부들은 대부분 농약의 유해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뒤에 농법을 바꾸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화학합성 농약을 뿌리는 농민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농약의 독성 피해를 입기 때문입니다. 땅과 함께 농민의 몸이 병들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오가닉 약초 농사는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오가닉은 유별난 것이 아닙니다. 그저 본래 그러한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뿐입니다. 우리의 전통농법이 그러한 것처럼 거름을 모아 숙성 과정을 거쳐 유기물이 풍부한 질 좋은 부식(humus) 흙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자연히 흙을 살려 작물의 건강이 따라오게끔 하는 연쇄적인 순환 방식입니다.
또 농사지은 것을 먹고 내놓은 똥과 오줌을 모아 그것을 다시 땅으로 되돌리고 그 땅에서 난 것을 다시 먹고 내놓는 순환의 바퀴를 돌리는 것이 땅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약초의 쓰임새는 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먹지만 주로 우리 몸의 균형이 깨졌을 때 찾게 되는 식재료이므로 더욱더 ‘안전’한 재배가 필요합니다. 아픔을 치료하기 위한 식재료인 풀에 유독한 물질이 잔류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먹고 있는지, 우리가 내놓은 똥과 오줌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돌고 도는 순환 구조가 깨져 파편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생태 위기의 문제의식도 사라져 희미해진 형국입니다. 평균 연령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지만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더욱 많아진 것 같습니다.
유기 농사를 짓더라도 주변 농가에서 드론이나 방제 차량을 이용해 대규모로 뿌리는 농약이 바람을 타고 날아들게 됩니다. 또 빗물 속에 섞여 내려와 땅에 스며들어 잔류 농약이 검출되기도 합니다. 나 혼자서 오롯이 유기 농사를 고집하더라도 소용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령 농민들의 노동력을 감안했을 때 현실적으로 농약이 없으면 농사를 짓지 말라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는 형편입니다. 어르신 농부의 경우 잡풀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대신에 제초제를 사용해 관절을 덜 쓰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유기 농사는 체력이 왕성한 젊은 농부만 지을 수 있는 것일까요? 이는 적절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땅이 드러나지 않도록 멀칭 작업을 계속해 최소한의 풀 관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람도 면역력이 강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병해충에 견딜 수 있는 강한 작물을 만드는 것이 문제 해결의 관건입니다. 그래서 대중적인 방식을 계속 고민하게 됩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모든 농민이 위태롭지만, 특히 유기 농부에게 타격이 크게 나타납니다. 자연과 소통하며 농사짓는 것은 사실 날씨에 크게 의지하는 농법이기 때문입니다. 급작스러운 날씨 변동에 따라 습도와 기온이 달라지고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곤충과 여러 병해충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농약에 비해 자가 제조한 천연 살충제와 살균제의 경우는 효과가 느리거나 약한 편입니다. 이와 같이 순식간에 피해를 입게 되어 유기농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 의문시하며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후 위기에 흔들리고 있으며 이를 넘어설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금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