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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Sep 25. 2022

여자들이 아모르파티에 열광하는 이유

feat.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과 출산은 일생의 당연한 절차이자 평범한 삶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떨까? 다들 알다시피 비혼 주의가 확산되며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난 결혼과 출산을 했지만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자신이 없다. 이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고단할지 알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초고속 경제성장 덕에 외벌이 만으로도 알뜰히 살면 아이들을 키우고 내 집을 마련하고 자신의 노후까지 준비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육아에 전념하는 엄마 아래에서 아이들은 심적 안정을 통해 바르게 자랄 수 있었고, 가장들은 집안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직장생활에만 집중하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이제 그런 꿈같은 시대는 끝났다.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여자도 맞벌이를 해야만 겨우 사람다운 삶을 영유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사회적 분위기가 지원되어야 하는데 이상과 현실의 갭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똑같이 직장생활을 해도 아이 돌보기부터 살림까지 여자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안 그래도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여자의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타고난 체력조차 남자보다도 더 약한 여자는 "아이에게는 엄마가 필요해, 아이가 엄마를 더 찾아"라는 이유로 육아와 가사까지 떠맡는다. 직장에서는 집안일을 이유로 잦은 조퇴를 일삼는 엄마들을 눈치 주기 바쁘고 커리어 관리는 고사하고 살얼음판을 걷듯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이러니 퇴근하는 차 안에서 혼자 숨죽여 우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아이가 아픈데도 태평하게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남편의 사고 회로를 이해하려고 했다가는 내 머리가 더 아플 지경이다. 아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제도의 허상에 치가 떨린다. 이러면서 출산 장려를 외치는 것도 참 웃기다.


자는 시간 외에는 숨 돌릴 틈도 없는 이 생활이 언제나 끝이 날는지. 아이는 언제쯤이면 덜 아프게 될는지. 여자로 태어난 이유로 난 왜 이다지도 고단하게 사는지. 현실에선 도망칠 여력이 없으니 오늘 퇴근길에도 아모르파티를 들으며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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