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
수능을 한주 앞두고 가까운 절의 법회에 다녀왔다.
참석자 모두가 손에 촛불을 들고 며칠 남지 않은 수능일에 아이들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원하는 법회였다.
법당에 켜져 있던 촛불이 스님과 사람들의 손에 손을 거쳐 나에게로 그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되었다. 비록 각자의 소원을 빌고 있겠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마치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든다. 모두 같은 시기의 아이를 둔 부모들이기 때문 일지도 모르겠다.
마침 주지 스님도, 우리가 기도하는 이유가 이승에서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업장을 소멸하고 나와 연결된 사람들과의 인연이 복을 받고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기원하기 위함 이란 말씀을 하신다.
어찌 보면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가깝게는 부모와 자식 간으로 그리고 같은 동네,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인연으로 우리 모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학교에서 배웠던 호모 사피엔스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교과서적인 내용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작든 크든, 때로는 반목하고 등을 지더라도 결국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단순히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안정감 이상의 알 수 없는 연대의 의식으로 다가오곤 한다.
비 오는 날 나뭇잎에 막힌 동네 배수구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손으로 걷어내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하나라는,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이웃이라는 생각 때문일 거다.
그렇기에 때론 공동체의 아픔은 나의 아픔처럼 생생하고 먹먹하다.
우리가 우리의 공동체를 스스로 지키지 못했다는 상실감과 허탈함은 슬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삶이 한순간 잠시 머무르다 가는 것 일 지언정 같은 시간,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살았던 그 인연들로 삶은 많은 아픔과 함께 공유되고 있다.
화려한 정치적 구호나 이념을 떠나 우리는 우리 공동체의 삶이 더 나아지기 위해,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가 보다 안전하고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위해 작은 것부터라도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 하진 않을까?
나와 지역,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서로 다르지 않다. 나는 늘 어딘가에 속해 있고 연결되어 있고 나의 삶 자체에 직접 닿아있다.
우리가 한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하여도 서로 연대하고 세상 속에 소리치고 힘을 보태는 것, 그것이 개인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진짜 모습은 아닌지?
개인, 그 이상의 무언가가 우리의 삶에 늘 함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