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취미로 남겨둬야 해. 모두가 그렇게 말했었다.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베이킹을 했다.
나는 취미가 뚜렷한 사람이 아니었다. 학교와 집이라는 바운더리 안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들은 열심히 했지만, 그 외에 꾸준하게 쌓아온 취미는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취미가 생겼다는 건 꽤 멋진 일이었다.
'집에 가면 이번엔 뭘 만들어 볼까.'
몸이 힘들긴 했지만, 내가 만든 과자들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또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게다가 이런 베이킹의 과정을 수학을 가르치는 일과 연관시킬 수 있다는 건 나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더더욱 설렜다.
베이킹을 하면 할수록 수학을 가르치는 일이 더 확장되었다. 수학을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베이킹의 이론을 엮어내는 것이 더 수월해졌다.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나에게 베이킹은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수학의 세계를 현실에서 구체화시켜 직접적인 결괏값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었다.
"만약에... 내가 베이킹을 업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
26살의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질문에 대부분의 어른들은 똑같이 이야기했다.
"취미는 취미로 있어야 즐거운 법이야. 일로 만들게 되면 취미를 잃게 된다?"
그런가.
취미로 내가 좋아하던 것을 일로 하기 시작하면 결국 싫어지려나.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던 취미를 일로 만들어 버려서 싫어져 버리는 게 일이라면 일은 대체 왜 해야 하지?
일은 결국 돈만 벌면 되는 건가?
그런데.. 일주일에 5일을, 하루에 8-9 시간을 일을 하는데 그 일이 그저 돈 벌기 위한 수단이라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이지 않나?
그렇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마도 나는 이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을, 마냥 편하고 즐거운 일과 같다고 생각해서 더 혼란스러웠던 듯싶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힘들고 어렵고 때로는 좌절이 되더라도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는 걸 이제는 아니까.
그러던 어느 날.
학원수업을 마치고 퇴근하는 차 안이었다.
'힘드네. 집에 가서.. 브라우니를 만들어야겠다. 이번엔 설탕을 좀 덜 넣어볼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순간, 스스로 화들짝 놀랐다.
꽤 지치고 피곤한 하루였는데, 집에 가서 또다시 무언가를 만들어 볼 생각을 하는 나 자신에게 놀랐다.
'퇴근하고 나서도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 일을 나의 업으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 언젠가 공방을 하자.
일을 하면서 돈을 좀 더 모으고, 남편도 지금 커피를 하고 있으니까 같이 카페를 하는 것도 좋겠다.
그런 생각에 마음이 설레던 그날 저녁. 남편이 나에게 이야기했다.
"우리가 같이 카페를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