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카페를 이어가게 해준 새로운 쿠키를 만들어냈다.

지금의 지니엄을 있게 해준 어띵쿠키

by 쿠요

"쿠키를 만들어 보는 게 어때?"


커요의 말에 그때부터 쿠키 테스트를 시작했다.


처음이었다.


나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일이라니.


우선 버터, 설탕, 계란 이 3가지 재료의 조합만 가지고 계속해서 테스트를 했다. 동량의 버터와 설탕이 있을 때 계란을 실험군으로 양을 바꾸며 계란 양에 따른 식감의 변화를 체크했고, 그렇게 계란의 역할을 이해하고 나면 설탕을 실험군으로 설정해 양을 바꾸며 계속 변화를 체크했다.


'당도는 이 정도면 괜찮은데.. 너무 딱딱한데?'

'식감은 이 정도가 좋은데... 당도가 맞지 않은데?'


그렇게 테스트를 하면서 대략적인 윤곽을 잡아가던 중 맛은 좋은데 식감이 계속 잡히지 않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맛이 잡힐 듯 말 듯,, 만드는 쿠키의 식감은 계속 폭신폭신한 빵 같았고, 도무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던 나는 한 달 동안 끙끙거렸다. 집에서 매일같이 테스트를 했고, 커요가 지니엄을 정리하고 집에 돌아오고 나면 계속 쿠키를 먹으면서 피드백을 했다. 그래도 맛이 계속 잡히지 않아서.. 이쯤 맛이 안 잡히면 그냥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때쯤 불현듯 머릿속에 극단적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다루는 재료의 변숫값을 하나씩 극단적으로 낮게 설정해 보는 것.


'여태까지 만들던 레시피에서 달걀의 양을 절반 이상 줄여보자.'



그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거지!"


그리고 커요가 말했다.

"그리고 우리 사용하는 재료는 전부 유기농설탕과 유기농밀가루를 사용하는 게 어때? 우리가 디저트를 만들어서 판매하긴 하지만, 사용하는 모든 재료에서 건강한 재료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 말에 동의한 나.

그리고 그때부터 좋은 재료를 선택하는 과정에는 끊임없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금까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어쨌든, 커요와 나는 이제 이 쿠키를 새롭게 지니엄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유기농재료로 만든 쿠키. 이제 이름을 정해야 할 때였다.


"이름은 뭐로 할까?"


커요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음. 어띵쿠키라고 하자. 영어에서 'Oh, This is a thing.' 하면 '오, 기대하지 않았는데 맛있네?' 같은 뉘앙스거든? 사람들이 지니엄에 와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무심코 먹었는데 맛있어서 놀라는 그런 쿠키였으면 좋겠어."


그때부터 지니엄의 어띵쿠키가 시작되었다.



무심코 먹었다가 맛있어서 놀라는 어띵쿠키
"Oh, This is A Thing!"


가장 기본적인 쿠키인 초코칩과 호두가 가득가득 박혀 있던 초코칩쿠키. 초콜릿과 월넛을 줄여서 "초월쿠키"라고 이름을 붙였다. (훗날 호두 대신 피칸이 들어오면서 칸초쿠키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쿠키이다.)


한 가지 맛만 출시하기 아쉬워 내친김에 하나를 더 만들었다. 초월쿠키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쿠키 안에 들어가는 재료의 이해가 확 늘다 보니 그다음 원하는 뉘앙스의 쿠키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처음만큼 어렵진 않았다. 초콜릿이 들어간 가장 기본적인 쿠키가 있으니, 이번엔 상큼하고 향긋한 쿠키를 만들어 보고자 했다. 그렇게 오렌지와 시나몬을 넣은, "오씨쿠키" 가 함께 탄생했다.


그렇게 두 가지 맛이 처음으로 지니엄에서 판매되었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 곳이었기에 아주아주 소량만 구워서 처음에 준비해 두었다. 초월쿠키 3개. 오씨쿠키 3개.


그리고 첫날, 신기하게도.... 쿠키가 다 나갔다.

쿠키가 다 나가고 종이자투리에 "SOLD OUT"이라는 글씨를 적어내던 그 순간, 얼마나 떨리던지.



이때 우리는 스콘, 브라우니, 그리고 쿠키 2종을 디저트로 판매하고 있었다.


KakaoTalk_20250818_165846721.jpg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손님이 한 명만 와도 신기했던 가게가, 쿠키를 먹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이 하루에 2~3명이 생겼다.


아침에 쿠키를 조금씩 굽고 나는 수학학원으로 출근을 했고, 저녁에 커요와 집에서 만나면 어떤 손님들이 쿠키를 드셨는지, 어떤 반응이었는지를 늘 물었다.


'맛있게 먹었다.'


라는 그 말을 들을 때면 하루의 모든 고생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이게 이렇게 기분 좋은 말이었던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쿠키를 시작했으니, 반응도 조금씩 좋으니, 한 가지 맛을 더 만들었다.


'기본적인 초콜릿이 있고, 상큼 향긋한 게 있으니, 그다음은 고소한 걸 만들어 보자.'


마침 다른 디저트 가게에서 먹었던 헤이즐넛 콕콕 박힌 까만색 고소한 쿠키가 생각이 났다. 그 당시 블랙코코아가루가 있던 걸 몰랐던 나는 막연하게 까만색이니까 흑임자가루겠거니라고 생각을 했고 흑임자와 헤이즐넛을 같이 넣어서 고소한 라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헤이즐넛과 흑임자, 즉 "헤자 쿠키"가 3번째 쿠키로 탄생했다.


KakaoTalk_20250818_165846721_02.jpg 지니엄 어띵쿠키 초창기 쿠키 삼총사

쿠키가 등장했던 그 당시 쿠키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기는 했지만, 아직은 쿠키보다도 스콘과 브라우니에 대한 수요가 매장 안에 좀 더 많았던 때였다. 오히려 스콘과 브라우니는 그걸 위해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생겼던 터였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쿠키 삼총사가 나오고 나자 커요가 결단을 내렸다.


"우리 쿠키만 하자. 스콘과 브라우니는 전부 빼자. 지금은 선택과 집중해야 할 때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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