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디저트 중에 우리는 쿠키를 선택했다.

선택에 충실하기 위해 경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by 쿠요

이전까지 스콘, 브라우니, 쿠키를 구워서 준비를 해 놓다가, 이제는 과감하게 한 가지를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스콘을 좋아하던 단골손님이 아쉬워하면 어떻게 해..?"


그마저 없었던 손님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했지만 나의 남편이자 지니엄의 사장인 커요는 한결같이 밀고 나갔다.


"아니야. 우리, 선택하고 집중하자."


그리고 불안했던 내가 했던 선택은, 그저 믿고 따르는 것이었다.



2018년 가을.


호두와 초콜릿칩이 들어간 초월쿠키.

오렌지와 시나몬이 들어간 오몬쿠키.

헤이즐넛과 흑임자가 들어간 헤자쿠키.


우리는 이제 이 쿠키 삼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디저트 쪽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쿠키를 파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나 두툼하고 쫀득한 그런 르뱅스타일의 쿠키는 더더욱 없던 시절이었다. 우선 국내에서 쿠키를 파는 곳은 다 가보았다. 직접 먹어봤고, 디저트를 파는 다른 카페들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카페가 많지 않기도 했고, 특히나 디저트 카페라는 개념보단 자리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는 공간으로의 느낌이 더 강했기 때문에 좋은 커피와 디저트를 둘 다 만족시키는 카페를 찾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커요와 나는 아주 큰 결심을 했다.


"일본을 가자."


디저트와 커피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일본 도쿄를 직접 다녀와 보자라는 생각을 했고, 없는 살림이었지만 아끼고 아껴서 가장 저렴한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했다. 우리의 첫 일본 여행... 아니, 비즈니스 트립이었다. 디저트를 좀 더 알고 싶어서 갔던 여행이었지만, 사실상 커피에 대해 더 많은 걸 얻어왔던 여행이었달까.



신혼여행 이후로 갔던 첫 여행.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이때 뼈저리게 깨달았다. 우리의 여행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여행은 자고로... 좀 쉬어가야지."


비즈니스 트림에 대한 개념이 우리 둘 사이에 정확하게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던 일본여행. 쉬엄쉬엄 다니는 것을 선호하고, 여행=휴양 이란 개념 속에서만 살아왔던 나와는 다르게 커요에게 여행은 여기까지 나왔는데 경험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경험해야 한다는 주의였다. 지하철로 이동할 수 있음에도 무조건 골목골목을 걸어 다녀야 그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 있었던 그는 일본에 도착해서 2박 3일 동안 아주아주 알차게 그리고 꽉 차게 온갖 카페의 일정을 잡았다. 그리고 카페를 이동하는 모든 순간은 전부 우리의 두 다리로 걸었다.


하루에 2만보를 넘었던 첫 여행.


지금은 나도 그와 함께 살며 그런 비즈니스 여행에 익숙해지고 또 좋아해 져서 '하루 2만 보는 걸어야지!'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하루를 보내고 나는 뿔이 났다.


'이게 무슨 여행이야...'


발이 부르트도록 다니는 그가 원망스럽기도 했고, 밥 대신 계속 커피만 마시러 다니는 그가 야속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계획이 지켜지는 것도 아니었다. 분명 가기로 했던 곳이 있는데 그는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호기심이 발동하는 곳을 발견하면 그대로 그곳으로 들어갔다.


이튿날도 그랬다.

분명 가기로 했던 곳이 있었는데, 그곳으로 가던 중 우연히 신주쿠 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은 가게가 하나 보였다.

"저기 들어가 보면 안 돼?"

이미 계획이 많이 변경된 상태에서 커요가 말했다.


"가, 가."

그냥 따라가기로 했다. 반쯤 포기한 거다.


외관이 예뻤고, 고즈넉한 로스터리였다.


그리고 이곳에서 우리는 지금까지도 지니엄에서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는 음료를 하나 만나게 된다.



ESPRESSO TONIC (에스프레소 토닉)


간판에 적혀있던 메뉴가 눈에 보였다.



일본에 오기 전 탄산이 있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서 커요는 시중에 있는 모든 탄산수를 사서 전부 커피와 테스트를 했었다. 그리고 결과는 대실패. 탄산이 들어간 커피는 맛이 없구나라고 판단을 내렸었다. 그런데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만난 작은 로스터리에서 탄산이 들어간 커피를 팔고 있다니! 이건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음료를 마셨을 때..... 깜짝 놀랐다.

너무 맛있었다.



....!!!!!


커요는 사장님이 음료를 만드는 과정을 관찰했고, 제조가 끝나고 난 뒤에는 사장님과 한참을 이야기했다. 이곳에서 뿐만 아니었다. 커요는 어디를 가서든 틈만 나면 그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혹은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했고 이렇게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가 우리가 직접 마시고 먹었던 것 이상으로 더 많은 경험적인 깨달음을 얻게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에스프레소 토닉을 만난 무루마 커피스탑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와 바로 에스프레소 토닉을 만들었다. 우리가 경험한 맛이 있고, 만드는 과정을 봤으니 그다음부터는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것뿐이었다.


커피에 대한 지경을 넓혔고, 가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을 느꼈다. 일본은 커피와 디저트를 사랑하는 곳이었고, 우리가 그곳에서 느꼈던 정서는 지니엄으로 돌아와 꽤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아, 물론 마지막 날은 갓파바시를 갔다가 대판 싸우긴 했지만. 그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나.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던 우리는 계속해서 경험적 자산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최소한의 돈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그리고 2019년 1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 나의 엄마가 위독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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